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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돈과 빽만 있으면”…'현대판 음서제 표본' 우리은행


  • 전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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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0-21 13:58:48

    [베타뉴스/경제=전근홍 기자]고려·조선 시대에는 고위 관리의 자제가 과거 시험을 치르지 않고 관리로 등용되는 ‘음서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소위 잘나가는 부모를 만난다면, 평생을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삶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취업도 어려운 마당에 그 잘난 부모가 없는 청년 구직자들의 가슴을 도려내는 채용비리 스캔들이 터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 치러진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등 사정기관 직원 등의 청탁을 받고 이뤄진 채용 특혜 비리를 폭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며 면접관이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특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심상정 의원이 근거로써 제시한 비리의혹 명단의 출처도 의심스러우며, 현 행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도덕성 흠집내기 일환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구성원 입장에서 보면 당장에 발생한 중대한 위기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본질을 보지 못하고 변명에 가까운 해명을 늘어놓을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의혹 자체만으로도 ‘꿈과 희망’을 놓지 않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부모 잘 만나는 게 최고의 스펙’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과 상처를 안겨줬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채용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혹시 내 배경 때문에’ 아니면 ‘돈이 없어서’라는 의구심이 들어 불만이 쌓인다면, 본인들이 쌓아온 대 국민 신뢰브랜드 이미지는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한참 유행했던 영화 대사 “뭣이 중헌디”라는 말은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충고하는 말이다.

    백배사죄가 힘든가? 단순히 우리은행 경영진 흠집내기의 일환으로 신입사원 특혜채용비리가 폭로됐다고 보기에는 이 땅의 수많은 청년구직자가 받은 상처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당사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화를 복으로 바꾸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있는가 하면 만연히 대처했다가 복이 화로 바뀌는 ‘전복위화(轉福爲禍)’도 있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은행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삽시간일 지도 모를 일이다.

     


    베타뉴스 전근홍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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