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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엔씨소프트, '리니지M' F4의 추억 되살리길


  • 서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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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6-20 14:40:03

    키보드 자판에는 F1부터 F12까지 12개의 펑션키가 달려있다. 컴퓨터로 문서만 작성하는 이용자에겐 불필요한 버튼이다. 반면 게이머에겐 온갖 단축키로 사용되는 소중한 키들이다. 플레이 하는 게임에 따라 펑션키에 새겨진 문자가 닳아 없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과거 PC방에 설치된 키보드 대부분은 F4키가 글자를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닳아있었다. 숫자키 1~4도 글자가 뭉개져 반질거렸다. ‘리니지’를 즐긴 사람들의 흔적이다. ‘리니지’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 줍기(루팅) 단축키로 선택된 F4키는 그만큼 많은 이용자가 두드렸다.

    수많은 이용자가 몰려 서버에 접속하기도 힘들었던 시절. ‘리니지 접속기’로 불리던 매크로 프로그램은 F4를 단축키로 썼다. 넓은 지역의 아이템을 한 번에 루팅하는 매크로 프로그램도 F4키가 기본으로 설정됐었다. 추억이 된 ‘먹자’와의 다툼도 F4에 얽힌 추억이다.

    지금도 F4를 보면 가끔 그리워진다. 경쟁자를 뚫고 가상세계에 접속했다는 성취감, 드랍된 아이템을 F4로 루팅하는 손맛을 맛본지 오래다. F4를 '리니지'를 상징하는 키로 꼽는 이유다.

    이런 재미와 경험을 되살릴 ‘리니지M’이 오는 21일 출시된다. 엔씨소프트 개발팀은 ‘리니지M’이 ‘리니지’임을 강조했다. 원작의 경험(UX)을 모바일게임에서 재현하는데 노력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를 듣고 반가움과 우려가 동시에 스쳤다. F4로 대변되는 게임성을 모바일에서 어떻게 구현 했을까란 물음 때문이다.

    물론, 엔씨소프트가 말한 ‘리니지’가 내가 생각하는 ‘리니지’와 다를 수 있다. 기자가 기억하는 ‘리니지’는 양육강식의 세계이다. 불편한 과정도 재미가 되던 시절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취재를 위해 만난 타사의 개발자 역시 ‘리니지M’의 UX(이용자 경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는 말을 꺼냈다. F4에 얽힌 추억도 공유했다. 기자가 기억하는 것과 달랐지만, 방향은 다르지 않았다.

    이용자의 기대 역시 다른 것 같지 않다. 사전예약 단계에서 500만 이용자가 참여했고, 커뮤니티에 작성된 글도 ‘리니지’를 재현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물론, 이중에는 F4에 얽힌 다툼도 포함돼 있었다.

    ‘리니지M’이 어머니 격인 ‘리니지’가 19년간 서비스하며 쌓아온 경험을 어떻게 계승했는지는 21일 자정부터 알 수 있다. 사전예약자 500만명이란 전무후무한 기대를 받았다. 저마다 다른 추억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똘똘 뭉쳐 출시를 손 꼽았다. 이들 중 하나이자,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리니지M’이 F4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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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타뉴스 서삼광 (seosk.be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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