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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저장장치 성능에 한 줄기 희망, 인텔 옵테인 메모리


  • 신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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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5-15 17:42:47

    PC 저장장치는 현재 빠른 입출력 속도를 자랑하는 SSD, 넉넉한 용량을 제공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버(HDD)로 양분되어 있는 상태다. 두 기기 모두 일장일단이 명확해 대부분 사용자들은 두 기기를 적절히 조합해 사용 중이다. SSD는 빠르지만 용량 대비 가격이 낮다는 점, 하드디스크는 느리지만 가격 대비 용량이 뛰어나다는 점 때문이다. 운영체제와 주요 애플리케이션 실행에는 SSD, 하드디스크에는 대용량 콘텐츠 파일을 저장하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과도기적 성격을 가진 하드디스크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SSD와 하드디스크를 결합하고자 했던 SSHD가 대표적이다. 시장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이 제품은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 파일을 낸드플래시 공간에 담아두고 필요에 따라 하드디스크와 낸드플래시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일반 하드디스크 대비 빠른 성능을 보여줬다.

    문제는 빠른 낸드플래시의 성능을 방해하는 컨트롤러 성능과 SATA 6Gbps의 대역폭이었다. 기기 가격이 상승하니 낸드플래시 용량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가능성은 있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고안되기 시작했다. 저장장치 시장은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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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 옵테인 메모리도 저장장치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5년, 3D 크로스포인트(XPoint) 메모리로 공개됐던 이 기술은 2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옵테인(Optane)’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섰다.

    ■ 카비레이크와 호흡 맞추는 옵테인 메모리

    새로운 것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인텔 옵테인 메모리는 현재 사용 중인 M.2 규격을 따르기 때문이다. 대신 타 SSD와 다른 점을 찾는다면 메모리 모듈의 구성이다. 흔히 고용량 M.2 SSD는 짧은 기판에 다수의 낸드플래시를 장착하지만, 이 제품에서는 그 수가 매우 적다. 이는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적용한 메모리의 양산 수준과 가격 등을 고려해 결정된 형태다. 제품은 16GB와 32GB 두 가지로 제공되며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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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 규격은 2280으로 80mm 길이다. 짧은 길이로 인해 대부분 M.2 슬롯에 쓸 수 있다. 그러나 아무 제품에 쓸 수 없다는 점 참고하자. 이 제품은 NVMe 또는 PCI-Express x2/x4 레인에 대응한다.

    앞서 아무 제품에서 쓸 수 없다고 했는데, 옵테인 메모리를 사용하려면 우선 카비레이크(Kaby Lake) 기반의 7세대 인텔 코어 i3~i7 프로세서와 200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가 모두 준비되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준비되지 않았다면 옵테인 기술은 활성화되지 않는다. 여기에 메인보드는 옵테인 메모리를 위한 최신 버전의 바이오스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각 메인보드 제조사 홈페이지를 참조하자.

    참고로 7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있다면 메인보드는 B250부터 Z270 어느 제품과 호흡을 맞춰도 괜찮다. 다시 언급하지만 메인보드 바이오스가 최신 버전이 설치됐는지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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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테인 기술은 인텔과 마이크론이 합작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다. 현재는 SSD와 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와 RAID로 묶여 보조하는 형태의 성격을 갖는다. 엄밀히 보면 캐시 메모리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높은 대역폭과 접근속도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느린 저장장치의 성능을 보완해 주는 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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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은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공개할 때, 쓰기 내구성과 속도는 낸드플래시의 1000배에 달하고 지연시간은 NVMe SSD와 DRAM 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SSD와 비교하면 모르겠지만 하드디스크와 비교하면 좋은 궁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기술을 사용하려면 7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인텔 200 시리즈 메인보드가 있어야 하기에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향후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메인보드가 시대를 거듭하며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옵테인 메모리 또한 함께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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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테인을 사용하려면 인텔 스마트 리스폰스 기술(SRT) 15.5 이상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메인보드도 그에 맞는 바이오스가 설치된 상태여야 사용 가능하다. 준비가 마무리 되었다면 옵테인과 저장장치를 자체 RAID 기능으로 합친 다음, 운영체제에서 옵테인 애플리케이션 등을 설치해 장치를 인식시키면 된다. 이후에는 별다른 과정이 필요 없고 평범한 저장장치처럼 쓸 수 있다.

    ■ 하드디스크의 성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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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 옵테인 메모리의 성능을 확인해 봤다. 테스트를 위해 SSD와 하드디스크를 모두 준비했다. 사용한 제품은 16GB다. 기본적으로 옵테인은 자체적으로 저장장치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캐시 메모리와 비슷한 개념으로 각 저장장치와 결합되는 구조다. 시스템은 7세대 코어 i7 7700K 프로세서와 슈퍼오 C7Z270-CG 메인보드, DDR4 2,400MHz 32GB 메모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SSD는 인텔 730 시리즈 240GB, 하드디스크는 도시바 1TB(7,200rp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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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저장장치와 옵테인 메모리가 호흡을 맞췄을 때의 읽기/쓰기 성능을 확인해 봤다. 테스트에는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활용했으며, 4K 무작위 측정 결과를 토대로 했다. 단위는 초당 MB로 통일했으며, QD32가 기준이므로 각 환경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자료는 참고만 하자.

    먼저 읽기 속도에 대해 알아보자. 하드디스크와 SSD는 각각 138.3MB/s와 308.8MB 가량의 성능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각 저장장치의 성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옵테인 메모리를 동기화한 상태에서 측정하니 M.2 기반 SSD의 속도에 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드디스크는 941.8MB/s, SSD는 935.9MB/s에 달한다. 각각 본연의 인터페이스 SATA 6Gbps의 750MB 대역을 크게 웃돈다. 데이터를 가져오는 과정에서의 성능은 옵테인 쪽이 낫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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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쓰기 속도를 보자. 하드디스크와 SSD는 각각 91.7MB/s와 211.3MB/s의 입출력 속도를 보여준다. 각 저장장치의 일반적인 속도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옵테인 메모리의 조합은 쓰기에서 조금 흥미롭게 나타났다. 하드디스크는 152.2MB/s로 이전 대비 크게 상승한 모습이지만 SSD는 161.9MB/s로 오히려 하락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성능이 느린 하드디스크는 옵테인 메모리의 영향을 받아 빨라지지만 SSD는 오히려 옵테인 메모리가 입출력에 가담해 성능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옵테인 메모리의 무작위 쓰기 속도가 낮기 때문이다. 16GB 제품은 읽기 속도가 최대 24만 IOPS(초당 입출력)로 약 940MB/s에 달하는 속도다. 대신 쓰기는 3만 5,000 IOPS로 약 140MB/s 가량의 성능을 보여준다.

    애플리케이션은 한 번 설치하면 업데이트 위주로 이뤄지고 대부분 저장된 것을 불러오는 과정을 거친다. 옵테인은 이런 점에 착안해 쓰기보다 읽기 성능에 초점을 둬 설계한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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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도 10 운영체제 부팅 시간도 측정했다. 먼저 하드디스크와 SSD는 각각 42초와 28초로 기록됐다. 환경에 따라 시간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참고하자. 하지만 옵테인 메모리와 조합하면 하드디스크는 35초로 크게 줄어드는 반면, SSD는 29초로 조금 느림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옵테인 메모리는 SSD보다 하드디스크와의 궁합이 더 좋음을 보여준다.

    ■ 느린 저장장치에 힘을 불어넣다

    인텔 옵테인 메모리는 SSD보다 하드디스크만 운영하는 환경에서 더 큰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SSD와의 조합은 극적인 성능 향상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SSD가 구축된 PC 환경의 사용자는SSD를 계속 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달리 보면 옵테인 메모리의 가능성은 저용량 SSD와 대용량 하드디스크의 조합 환경에 있다.또한 하드디스크 위주의 환경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성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옵테인을 사용한다면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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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애플리케이션 용량이 증가 추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게임만 하더라도 대작이라면 40~50GB는 기본이다. 120~240GB 용량의 SSD로는 운영체제 설치 후 몇 가지 애플리케이션만 더하면 용량이 금세 동난다.480GB급 이상이라면 조금 여유가 있지만 다운로드 콘텐츠를 계속 유지하려면 힘에 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여기에 대용량 SSD를 추가로 들이면 비용 부담이 존재한다.

    옵테인 메모리는 이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결한다.1개의 저장장치에 해당되지만 4~6TB급 용량의 하드디스크와 옵테인을 조합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아직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느린 저장장치에 힘을 불어 넣는 이 기술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베타뉴스 신근호 기자 (danielbt@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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