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장보기 겁나요. 곧 추석인데 아껴야죠."


  •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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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8-23 18:17:42

    "한 번 장보면 10만원은 깨지다보니 이젠 장보기가 겁나요. 곧 추석인데 아껴야죠."

    23일 서울역의 한 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경숙(47)씨는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먹기 위해 쌈 채소를 사러갔다. 그러나 비싼 가격에 상추와 깻잎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 등 기상악화로 병해충이 기승을 부리고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겹치면서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등 주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치솟는 밥상물가에 손님들이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모습. ⓒ베타뉴스 박지수 기자

    "엄마 이건 농약 안쳤어요. 안심하고 드셔도 돼."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에선 판매원이 오이를 들고 주부들에게 구매를 유도했다. 그러나 주부들은 5개에 '4980원'이란 가격에 발길을 돌렸다.

    무농약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판매원 정 씨는 "아무래도 살충제 달걀 등 손님들이 불안해 하시니까…"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7.1% 급등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6월과 비교하면 상추는 257.3%, 시금치는 188.0% 오르고, 오이와 배추도 각각 167.6%, 97.3%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상품과 서비스가 출하될 때의 도매 물가를 뜻하는 것으로, 향후 소비자물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한 대형마트 계란코너에 안전하다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지만 손님들이 없어 텅 빈 모습. ⓒ베타뉴스 박지수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이 1주일이나 지난데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가 이날 오전 계란 한 판(30알· 대란 기준) 가격을 전날과 비교해 각각 500·600·1010원 내렸지만 계란코너에는 손님들이 없었다.

    계란코너 옆에는 '현재 당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계란은 정부 주관 아래 실시된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상품입니다. 안정성이 입증된 계란이오니, 쇼핑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입간판을 세워 놓았지만 주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온 주부 한정임씨는 "(살충제 사태)뉴스를 보고 불안해서 어떻게 먹어요. 계란 때문에 과자나 빵도 안먹어요. 당분간은 안 살 거예요"라고 말했다.

    ▲치솟는 밥상물가에 구매하는 손님이 없다. ⓒ베타뉴스 박지수 기자

    추석을 한달여 앞두고 차례상에 올릴 과일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주부들은 과일코너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강남구의 한 마트에선 판매 직원이 "달고 맛있는 과일 드세요"라며 구매를 유도했지만 주부 신 씨는 과일코너에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사과가 3개에 9800원이면 한 개에 3000원이 넘는데 어떻게 먹어요. 추석 때 손주 용돈 주려면 지금부터 아껴야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가오는 김장철을 걱정하는 주부도 있었다. 한 대형마트는 배추 1망(3개 들이)을 2만5000원에 팔고 있다. 열무, 부추는 한 단에 3000원에 판다. 최정희(59)씨는 "김장철에도 이 가격이면 공산품 김치를 먹는게 더 싸겠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 홈페이지에서 주요 채소 소매가격을 확인해보니, 이날 기준 적상추 상품 100g이 평균 1655원으로 1년 전 평균금액인 1014원 보다 63.2% 올랐다. 최고가격은 2330원에 달했다. 2000원 이상인 곳은 서울, 대구, 광주, 울산, 의정부, 강릉, 순천, 등 일부 대형마트였다.

    상추뿐 아니라 다른 농산물 가격도 치솟고 있다. 같은 날 배추 1포기의 평균 가격은 6677원으로 1개월 전(4432원)과 견줘 50.7% 이상 뛰었다. 오이 역시 1kg 기준 1개월 전과 비교해 80.2% 급등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기상악화로 인해 당분간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타뉴스 박지수 (pj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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