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2017 유통업계 상반기 결산 ③] 밥상물가 고공행진…미세먼지 관련 상품 '불티'


  •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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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7-14 19:19:47

    올해 상반기 국내 유통업계는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각종 규제 강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등으로 안팎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또 4차 산업 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새로운 변화 바람이 불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새로운 소비 성향이 탄생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유통업계를 강타했던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재발로 달걀∙닭고기 가격 고공행진
    역대 최악의 가뭄도 장바구니 물가 상승 원인 중 하나
    서민들의 체감물가 최고치 기록…서민 "장보기가 겁난다"
    중국발 '미세먼지∙황사' 영향…관련용품 '불티'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연말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이른바 '달걀 대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였다. 최악의 가뭄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 역시 치솟았다.

    중국에서 넘어온 황사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외출을 꺼렸고, 관련 용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끝나지 않는 AI 여파…미국산에 이어 태국산 계란까지 등장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국내 946개 농가에서 가금류 9787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AI 여파로 달걀과 닭고기 가격은 역대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올 초 계란 가격은 30개들이 기준 한 판당 1만원까지 급등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치솟은 계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생산된 계란 600만개의 수입을 결정했다.

    지난 1월 23일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중 유일하게 1990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미국산 계란인 '하얀계란' 총 150만개(총 100톤)를 8490원에 선보였다.

    미국산 계란이 공급되면서 달걀 가격은 조금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지난 3월 초 미국 내에서도 AI가 발생하면서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당시 전국의 학교가 개학하면서 급식이 시작됐고, 나들이 등의 영향으로 계란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계란 가격은 다시 뛰어올랐다. 정부는 비축 물량을 풀어내는 등 수급 완화에 나섰다.

    지난 5월 13일 가금류 전국 이동제한이 풀리면서 AI 사태가 끝나는 줄 알았지만 AI 의심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달걀·닭고기 가격은 또 다시 요동쳤다.

    정부는 이에 가격이 국산의 3분의 1수준인 태국산 계란의 수입을 결정했다. 지난 1일과 2일, 부산과 인천항을 통해 총 3컨테이너(계란 96만개) 분량의 태국산 달걀이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왔다. 태국산 달걀은 일반 소비자에게 팔리는 게 아니라 소규모 제빵업체나 식당 등에 주로 납품되고 있다.

    ◆식탁물가 '고공행진' …역대 최악의 가뭄, 채소∙과실류 물가 상승 이끌어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서민들의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지수는 4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했던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102.67로 전년 동월과 견줘 1.9%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1월 2.0% ▲ 2월 1.9% ▲3월 2.2% ▲ 4월 1.9% ▲5월 2.0% ▲지난달 1.9%을 기록하며 평균 2.0%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식탁물가와 연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채소(1.6%)와 신선과실(21.4%), 신선어개(6.7%) 등이 모두 오르면서 전년 동월과 견줘 10.5% 뛰어 올랐다.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오른 것은 지난 1월 12.0% 이후 5개월 만이다.

    올해는 지난 1973년 국내에서 본격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전국의 저수지와 상수도가 말라갔고 논밭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가뭄에 폭염, 장마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이 주로 찾는 축·수산물 등 먹거리 가격이 올라 밥상물가는 비상이 걸렸다.

    기상재해 탓에 농산물 가격이 생육·출하로 차질을 빚고 있을 뿐 아니라 휴가철까지 앞두고 있어 앞으로도 생필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월과 견줘 가격이 많이 상승한 품목은 신선식품이 주를 이뤘다. 특히 시금치는 한 달 전보다 13.9% 급등했으며 삼겹살(9.6%), 오이(9.2%), 호박(8.3%) 등이 뒤를 이었다. 가공식품도 쌈장이 7.4%, 즉석덮밥이 6.9% 올랐다.
     
    축·수산물 물가도 심상치 않다. 국내산 오징어 2마리는 작년보다 46.6% 오른 6698원을 기록했다.. 올해 오징어 어획량은 평년보다 30%가량 뚝 떨어졌다.

    이에 대형마트는 해양수산부와 손잡고 '정부비축 수산물'을 푸는 등 물가 안정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공기청정기·마스크·정화식물 등 미세먼지 관련 상품 '불티'

    지난 봄, 지구온난화와 중국 등의 영향으로 미세먼지와 황사가 며칠째 한반도 하늘을 뿌옇게 덮쳤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월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86회로 지난해 1분기 48회와 견줘 2배에 가깝게 급증했다. 미세먼지농도 '나쁨'(81∼150㎍/㎥) 발생 일수도 8일로 지난해와 비교해 2배 늘었다. 서울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5월 6일 195㎍/㎥까지 치솟은 바 있다.

    사람들은 외출을 꺼렸고, 대신 공기청정기·마스크·정화식물 등 관련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공기청정지로만 전년 동기와 견줘 3배 이상 급증한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백화점도 1~3월 기준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매출이 전년 대비 68% 신장했다.

    지난 5월 1일부터 7일까지 롯데하이마트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5배 가량(410%) 늘었다. 같은 달 온라인쇼핑몰에서 공기청정기 매출은 위메프 877%, 11번가 567%, G마켓 408%, 티몬 234% 등 세 자릿수 이상 신장했다.

    이에 CJ오쇼핑은 살균 기능이 강화된 130만원짜리 의류건조기를 선보였다. 목표치의 2배를 웃도는 733대를 판매하며 9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도 100만원대에 달하는 스웨덴 공기청정기 763대를 팔았다. 70분가량 방송 1회에 9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마스크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3월 티몬의 마스크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견줘 2배 신장했다. 특히 작은 입자를 걸러낼 수 있는 고기능성 마스크의 소비가 급증한 반면 일반 마스크 매출은 20% 줄어들었다.

    다육신물도 인기를 끌었다. 반려식물, 홈가드닝, 공기정화식물 등이 키워드에 올랐고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식물과 인테리어를 접목한 '플랜테리어(Planterior)'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5월 한 달간 화분 매출이 전년 동기와 견줘 128.1% 뛰어올랐다. 화초 역시 52% 늘었으며, 각종 원예재료 매출도 33.3% 상승했다. 신세계몰의 '홈 가드닝' 분야 매출도 전년과 비교해 112% 올랐다. 스투키 매출은 작년보다 591% 급증했고 금전수와 뱅골 고무나무 매출도 각각 270%, 130% 뛰어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날씨 등 자연 영향이 물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고, 나가더라도 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면서 관련 용품의 매출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베타뉴스 박지수 (pj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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