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터프가이를 품은 메인보드, 에이수스 세이버투스 Z97 마크1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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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5-14 18:44:28

     

    조립 PC를 자주 접하지 않은 일부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이유는 대부분 조립 과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조금만 방심하면 부품이 손상돼, 장착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쓸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혹여 손해가 발생할까 싶어서다. 물론 태생이 기계치라 기판만 보면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는 조립 PC를 구매할 때, 프로페셔널 지인을 모시기도 한다.

    PC 부품들은 알고 보면 의외로 민감하다. 외부 요인인 정전기나 습기 때문에 노출된 회로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손상에 의해 PC 구성 및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마음이 복잡해지는건 누구든 마찬가지이리라.

    이는 부품 제조사도 동일하게 안고 있는 고민이다. 손상이 되면 곧 수리 물량으로 다가오는 이유에서다. “고객님 과실”이라고 치부해도 되겠지만 이는 정말 눈에 띄는 현상에나 붙일 수 있는 수식어에 불과하다.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보증기간 내에서 규정대로 처리해야 하기에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조립에서 발생하는 손상, 사용 중에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제조사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고급 부품을 쓰고 회로 손상을 막기 위해 다양한 보호 기능을 추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충격이나 확장카드 장착 등 조립과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물리적 충격에는 아직 취약한 점이 노출되어 있다.

    에이수스는 이런 점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해결하고자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세이버투스 Z97 마크1. 사실, 이전 세이버투스 시리즈 역시 독특한 레이아웃과 신뢰도로 마니아층을 형성했지만 이 제품은 이전 세대의 아쉬움을 보완하고 또 한 번 진화하는데 성공했다.

     

    ◇ 메인보드 뒤덮은 아머… 압도적인 외모에 와우~ - 에이수스 세이버투스 Z97 마크1의 외모는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대부분 메인보드는 기판 위에 슬롯이나 기타 부품들을 얹어 그대로 노출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 제품에서는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판 위를 거대한 덮개가 가리고 있기 때문.

    써멀 아머(THERMAL ARMOR)로 불리는 이 덮개는 메인보드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구조를 한 것 외에도 부품 탈부착으로 인한 기판 내 부품 손상을 기본적으로 차단한다.

    ▲ 써멀 아머의 채용으로 강한 이미지를 부여 받은 세이버투스 Z97 마크1.

    써멀 아머는 단순히 외형적인 멋을 위한게 아니다. 이 제품에서는 아머가 발열을 해소하는 거대한 방열판의 역할도 겸한다.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 또한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제품의 핵심은 이 써멀 아머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터프 포티파이어(TUF FORTIFIER)와 함께 메인보드가 휘는 것도 막는다.


    ▲ 후면에 장착된 터프 포티파이어. 기판을 보호하고 자체가 방열판 역할을 한다.

    평범한 메인보드라면 뒤를 굳이 볼 필요가 없지만 세이버투스 Z97 마크1은 뒤태까지 남다르게 구성되었다. 이 터프 포티파이어 때문인데, 써멀 아머를 고정하는 판이 아니라 메인보드가 휘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넓은 면적 자체가 방열판이기 때문에 발열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에이수스에 따르면, 최대 7도 가량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프로세서는 LGA 1150 방식이라면 호환 가능하다. 현재 하스웰 기반의 4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곧 출시될 신형 4세대 코어 프로세서(하스웰 리프레시)와 호흡을 맞춘다.

    하스웰 리프레시는 기본적으로 앞서 선보인 하스웰 기반 프로세서보다 클럭이 조금 상승해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동일한 구성에서 작동속도가 높다면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K 프로세서는 새로운 덮개 구성으로 온도를 낮춰 오버클럭 폭을 넓혔다고 한다.


    ▲ 독특한 생김새의 전원부. 공기접촉을 고려한 형태로 발열을 낮췄다. 총 8-페이즈 구성.

    ▲ 디지플러스(DIGI+) 컨트롤러로 전원부를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전원부는 총 10-페이즈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세서의 오버클럭이나 전원 공급 등을 감안하면 세부적인 구성은 8+2 방식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육안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은 8-페이즈지만 써멀 아머 내에 두 개의 일반 2-페이즈 전원부가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소비자가 육안으로 부품을 본다는 것은 꼼꼼히 보지 않는 이상 어렵다. 대부분 아머 밑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고급 부품을 완벽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에이수스는 이를 터프 컴포넌트(TUF Component)라고 부르고 있다.

    세이버투스 Z97 마크1의 전원부는 공기와 닿는 면적 등을 고려해 돌기가 있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새로운 알루미늄 초크는 이 구조를 통해 일반 초크대비 13% 가량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캐패시터 또한 일본산 10K 티타늄-솔리드 캐패시터를 채용해 온도는 20% 낮추고 내구성은 5배 높였다. 모스펫(MOSFET)도 더 낮은 저항값을 가져 효율을 높였다.

    ▲ 온도와 냉각팬 속도를 실시간 관리하는 터프(TUF) 컨트롤러 칩.

    꼼꼼하게 세밀한 메인보드 온도 관리는 컨트롤러 칩을 통해 이뤄진다. 에이수스는 세이버투스 Z97 마크1에 터프(TUF) 컨트롤러를 장착했다. 이를 통해 메인보드 내 온도 센서로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냉각팬까지 관리한다.

    사용자는 소프트웨어인 터프아이스(TUF ICe)를 통해 입맛에 맞게 냉각팬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클릭 한 번으로 간단하게 환경에 맞춰 설정 가능하다.


    ▲ 플로우 밸브를 여닫아 공기 흐름을 사용자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전원부 방열판 부분에는 재미 있는 요소가 숨어 있다. 바로,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플로우 밸브(FLOW VALVE)의 존재가 그것. 이 스위치는 전원부의 공기 통로를 열고 닫을 수 있게 해주는데 총 2개가 있다. 후면 패널부의 통로를 열면 후면에서 유입되는 공기가 전원부로 이동하게 되고 상단의 통로를 열면 써멀 아머의 통로를 따라 CPU와 외부로 나오게 된다.

    이를 위해 후면 패널부에는 냉각팬을 달아놓았다. 이 냉각팬이 공기를 빨아들여 써멀 아머 내의 통로로 공기를 이동시킨다. 이 공기는 전원부 방열판의 열을 식혀주면서 밖으로 배출된다. 이 열은 케이스 내부나 CPU 쿨러를 통해 외부로 순환되는 구조다.

    메인보드는 장시간 노출되면 구석구석 먼지와 같은 이물질로 인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 에이수스는 이 냉각팬에 더스트 디-팬(Dust de-Fan) 기술을 적용했다.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냉각팬을 간혹 회전 방향을 반대로 바꿔 이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 하나당 8GB씩 총 4개의 슬롯이 있다. 용량은 32GB까지 확장 가능하다.

    메모리 슬롯은 총 4개를 보유하고 있다. 듀얼채널 지원으로 색상 구분을 통해 메모리 장착 시, 혼동되지 않도록 유도한다. DDR3 메모리를 쓰고 최대 32기가바이트(GB)를 인식한다는 점은 여느 메인보드와 차이 없는 부분. 최근 8GB 모듈도 시장에 있으므로 넉넉한 메인 메모리 용량을 확보하려면 슬롯 4개를 모두 활용하는 방법도 좋다.

    호환 메모리 작동 속도는 오버클럭 등을 감안해 폭 넓게 지원하지만 안정성도 어느 정도 감안한 점이 눈에 띈다. 세이버투스 Z97 마크1에서는 기본 1,333~1,600메가헤르츠(MHz) 기반의 메모리를 지원하는 것은 기본이고 최대 1,866MHz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인텔 익스트림 메모리 프로프일(XMP) 기능도 쓸 수 있다.

    ▲ 여유롭게 구성된 PCI-익스프레스 슬롯. 패키지 내에는 먼지 유입 방지용 덮개도 제공된다.

    슬롯 구성은 여느 메인보드들과 차이가 없다. 총 3개의 PCI-익스프레스 x16 슬롯이 제공되고 있으며, 사이에 PCI-익스프레스 x1 규격 슬롯을 배치했다. 총 6개의 슬롯이 제공되는 것. 그 중 PCI-익스프레스 x16 슬롯 2개는 3세대로 최신 그래픽카드들에 대응하고 1개는 x16 규격이지만 2세대 PCI-익스프레스고 x4에 대응하기 때문에 혼동하지 말자. 이 슬롯은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다.

    PCI-E 2.0 슬롯으로도 사용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x16에 대역폭이 부족한 x4 모드로 작동하기 때문에 그래픽카드를 연결해도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기에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PCI-익스프레스 3.0 x16 슬롯은 1개만 쓸 경우 16 레인을 모두 쓰고 2개를 연결하면 8+8 레인 구조로 작동한다. 이에 엔비디아의 확장 연결 인터페이스(SLI) 또는 AMD 크로스파이어 기술로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또는 두 개의 그래픽 프로세서가 한 기판에 집적된 형태를 두 개 연결한 것으로 쿼드-SLI 또는 쿼드-크로스파이어 구성이 가능하다.


    ▲ SATA-익스프레스 및 SATA 단자 구성도 돋보인다.

    저장장치 구성도 탄탄하다. 기본적으로 총 8개의 SATA 포트가 제공되고 이 중 6개는 인텔 Z97 칩셋에서, 나머지 2개는 에이수스가 별도로 탑재한 에이에스미디어(ASMedia)의 SATA 6기가비트(Gbps) 인터페이스다.

    재미 있는 점은 SATA-익스프레스 포트의 지원이다. 일반적으로 대역폭의 한계가 있는 현재의 SATA를 뛰어넘는 속도를 제공하게 된다. 아직 지원 장치의 수가 적지만 차후 대중화가 이뤄지면 이를 통한 초고성능 저장장치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ATA 포트 2개와 별도의 링크 포트 등 총 3개가 한 묶음으로 구성된다.

    세이버투스 Z97 마크1에서는 이 단자가 1개 제공된다. 다른 한 개는 덮개로 막혀 있는데, 이를 제거하니 SATA-익스프레스 포트가 하나 더 추가되는 구성이 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1개만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무리하게 시도하지 말자.


    ▲ 넉넉한 USB 단자와 네트워크 단자 등이 후면부에 위치한다.

    후면부 구성은 단순해 보이지만 필요한 것 대부분은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후면에 내부로 공기를 유입시키는 냉각팬으로 인해 공간은 희생되었지만 USB 2.0과 3.0 단자를 각각 4개씩 배치했고 두 개의 RJ-45 유선 네트워크 단자 등도 달아 꽉 들어찬 듯한 느낌을 준다.

    네트워크는 두 단자 모두 기가비트 이더넷에 대응한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IEEE 802.3az EEE(Energy Efficient Ethernet)을 지원하고 있다. 컨트롤러 역시 두 개가 탑재됐는데, 하나는 인텔 I218-V이고 하나는 리얼텍(Realtek) 사의 8111GR 칩이다.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을 활용하기 위한 영상 출력 단자도 자리했다. 이 제품에서는 디스플레이포트(Display Port)와 HDMI 단자가 한 조를 이룬다. 오디오 출력 단자도 ALC1150 기반으로 8채널 출력과 S/PDIF(광출력)까지 지원한다. 영상 출력단자 옆에는 메인보드 설정을 초기화 할 수 있는 바이오스 리셋 버튼도 마련했다.

    ◇ 터프함 속에 숨어 있는 정교함, 신뢰성 중시하는 소비자에 추천 – 에이수스 세이버투스 Z97 마크1. 여느 메인보드에서 보기 힘든 강렬한 구성은 이 제품을 최고의 터프가이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PC에서 중요시되는 신뢰도 측면에서 보면 최고의 선택이라 본다. 문제의 요소를 대부분 차단했기 때문이다.

    정교함도 갖췄다. 터프 컨트롤러를 달아 냉각팬과 온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 지원도 탄탄하다. 때론 하드코어하게 때론 소프트하게 성능을 조절하는 TPU나 섬세하게 전압을 제어하는 디지플러스(DIGI+) 컨트롤러도 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메인보드는 에이수스의 고성능 라인업인 ROG와는 완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고성능 라인업이다. ROG 계열 메인보드들은 대부분 날렵한 느낌을 강조했다면 터프 라인업은 묵직하게 제 역할을 해내는 단단함에 치우쳐 있다. 이 단단함은 고성능 소비자 뿐만 아니라, 조립 PC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와도 궁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누릴 수 있는 성능과 확장성. 에이수스 세이버투스 Z97 마크1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인보드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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