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IT 전시장에 도우미를 없애자!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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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4-17 19:02:02

    라스베이거스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카지노나 인기 있는 수사드라마 CSI가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홍콩하면? 100만 불짜리 야경이나 쇼핑이 먼저 떠오를 듯싶다. 독일 하노버는 또 어떤가? 독일하면 떠오르는 맥주나 축구, 그리고 조각상 Nanas 정도이지 싶다.

    그런데 이 도시들은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컨벤션, 즉 우리말로 하면 전시회나 회의가 많이 열린다는 점이다. IT분야만 봐도 그렇다. 매년 초면 IT뉴스와 경제면을 장식하는 각종 제품들이 선보이는 곳이 바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 Show)이다. 예전에 컴덱스(Comdex)라는 이름으로 열리던 전시회가 사라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IT쇼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그러다 3월 정도면 독일 하노버에서 세빗(Cebit)이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열린다. CES에서 주로 한 해 IT흐름을 이끄는 대형 제조사들의 제품이 엄청나게 화려한 부스로 열린다면, 세빗은 그 무대를 유럽으로 옮긴다. 그 사이에 스페인에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라는 모바일 관련 전시회가 열린다. 그리고 홍콩으로 무대를 옮긴다.





    중국의 최대 IT 생산기지인 심천, 광주, 동관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봄과 가을에 두 번 열리는 것이 바로 홍콩전자박람회이다. 중국 소싱 페어와 함께 열렸는데, 우리로 말하면 시내 중심가인 코엑스 같은 홍콩 컨벤션 센터에만 2,500여 업체가 부스를 마련했고, 공항 바로 근처인 아시아 EXPO, 그러니까 우리의 킨텍스쯤에 해당하는 곳에는 무려 3,500여 업체가 참여를 했다. 이 전시회는 홍콩에서 열리기는 했지만 전시 주체나 참여 업체가 거의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었다.






    전시회장에서 수많은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제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반대로 좋은 제품을 찾아온 이들이었다. 흔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하는 컨벤션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을 것이다. 일단 큰 전시장과 참가하는 이들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 교통, 음식, 관광, 통역, 의전 등의 편의 시설은 기본 가운데 기본이다.

    사실 이런 것들은 우리도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도심 한복판이라 할 수 있는 삼성역에 코엑스나 한결 넓고 최신 시설을 갖춘 킨텍스 등은 물론 요즈음에는 지방 대도시마다 이런 저런 이름의 시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IT관련 전시회들이 열린다. 그런데 가 보면 똑같다. 가장 목 좋은 곳은 언제나 으리으리하게 차려진 삼성과 LG의 마당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정작 물건을 구매하는 이른바 바이어는 없다. 그저 홍보와 마케팅에 집중하는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가득이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이런 행사장에는 레이싱걸이라는 이름의 도우미들이 화려한 의상으로 자리를 같이 한다. 그리고 이들을 사진에 담으려는 DSLR로 무장한 진사들이 또 한 가득이다.

    그들을 두고 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홍보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내용만을 앵무새처럼 암기하고 방긋방긋 미소를 머금은 그들을 보기 위해 비싼 비용을 들여 외국에서 오는 바이어들이 과연 있을까?

    물론 우리 전시회는 대기업, 아니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덕분에 수준이 훨씬 높다. LCD를 비롯해 TV, MP3플레이어, 3D는 물론이고, LED와 스마트폰 등 볼거리가 가득이다. 반대로 해외, 특히 중국권의 전시회들은 전시된 제품들이 상당히 단조롭다.


    일단 큰 부스는 찾기도 어렵다. 당연히 도우미는 없고 마케팅과 영업 담당자들이 명함과 카탈로그를 들고 바이어를 맞이한다. 기술세미나와 포럼 등이 열리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여기에 조잡한 수준의 태블릿에 삼성전자 홍보 영상을 로고까지 그대로 틀어주는 시대착오적인 저작권과 상표권 인식에는 질책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장점은 따로있다. 약 7천 개에 이르는 모든 부스에서 제품을 파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일부 업체가 돈을 받고 샘플을 팔다가 바로 보안요원이 출동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다. 18세 미만은 아예 참관을 불허하고,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도 안된다. 그 흔한 도우미 한 명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흥행은 대박이다. 통로마다 부스마다 바이어들이 넘친다. 우리나라 IT전시회가 홍보의 장이라면, 해외 전시회, 특히 중국권 전시회들은 말 그대로 비즈니스의 장이다. 어떤 것이 좋냐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인 행사를 단순한 홍보행사로 전락시키는 도우미는 이제 우리 전시장에서도 자리를 비워줄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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