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스마트TV는 '스마트'한 리모컨이 필요해


  •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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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2-28 14:26:53

    웹 페이지 브라우징은 물론 SNS를 이용하거나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인터넷과 연결되는 스마트TV의 다양한 기능을 쓰기에 기존 리모컨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스마트TV에 어울리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개발에 관련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TV는 지금껏 생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녹화한 프로그램 또는 패키지 형태로 유통되는 비디오, DVD 콘텐츠를 재생하고 즐기는 형태의 중심에 있었다. 사용자 이용 형태는 지극히 “수동적”이었던 것. 스마트TV 등장으로 이것이 “능동적”으로 점차 바뀌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외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스마트TV의 능동적 사용 형태에 맞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제안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TV란 인터넷 연결 기능을 갖춘 다기능 TV를 말한다. 단순히 인터넷 연결 기능을 넣어 웹 페이지 브라우징이 가능한 TV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이미 시장에 선보였다. 현재 스마트TV는 그것들과는 다르다.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스카이프 등 인터넷 환경의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연동하거나 고화질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시청하고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차세대 TV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종합 전시회 ‘2012 인터내셔널 CES’에서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수많은 TV 업체들이 모두 스마트TV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여기서 선보인 스마트TV 기능의 상당수는 이미 PC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TV는 이 같은 기능 제공에 PC와 달리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바보상자 시절 TV의 일반적인 리모컨은 수동적인 이용 형태에 맞춰 진화해 온 만큼 스마트TV의 능동적인 이용 형태와는 맞지 않는다.

     

    편의성 최우선,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리모컨 

    금번 CES에서 삼성전자와 소니, 파나소닉, LG전자 등이 내놓은 스마트TV용 리모컨은 키보드나 터치 패드를 갖춘 것이 기존 리모컨과 크게 다른 점이다. 웹 페이지를 브라우징하거나 몇백 개에 달하는 영화, 드라마 리스트를 확인하기에 지금 이상으로 리모컨의 조작 편의성을 높여야 했기에 나온 형태다. 키보드나 터치 패드 도입으로 문자 입력이나 화면 스크롤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 LG전자가 CES에서 시연한 스마트TV용 리모컨인 매직 리모트. 소셜 네트워크 사용에 적합하도록 키보드를 내장했다.

     

    새로운 타입의 리모컨과 함께 CES에서 눈길을 끈 것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스마트TV 리모컨으로 활용하는 시도다. 파나소닉, 도시바, 소니, LG전자 등이 아이패드, 아이폰 그리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이용한 데모를 시연했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대동소이하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다운로드하면 리모컨 기능을 하도록 한 것. 소니는 머지않아 안드로이드와 아이패드/아이폰을 이용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도시바와 LG전자는 현재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만 제공한다.

     

    대량의 콘텐츠나 웹을 검색하고 페이스 북, 트위터에 글을 작성하는 등의 작업을 화면상 소프트웨어 키보드를 표시하고 이를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제어한다면 기존 TV 리모컨보다 매우 사용하기 쉬워질 것이다. 특히, 스마트TV가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위한 도구이므로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을 위한 하나의 움직임으로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여기에 방대한 양의 방송 프로그램 편성표를 빠르고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도구를 덧붙인다면 스마트TV는 한층 더 폭 넓은 사용자층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게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감안하면 높은 사용 편의성의 인터페이스를 채택한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태블릿이 리모컨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향태로 제공되는 스마트TV 리모컨 가운데 하나인 파나소닉 'VIERA'.

     

    새로운 컨트롤 기술의 등장도 기대를 높인다. 그 중 하나가 음성이나 사람의 움직임(모션)으로 컨트롤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LG전자가 매직 리모트라고 칭하는 리모컨은 사용자가 영화 타이틀, 그러니까 ‘해리포터’를 말하면 이를 음성인식센서를 통해 검색해 준다. 삼성전자는 손짓과 음성을 통해 스마트TV를 조작하는 데모를 CES에서 시연했다. 회사는 이 기능을 ‘Smart Interaction’라고 칭하는데 대응 스마트TV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장하고 손의 움직임과 음성을 인식한다고 한다.

     

    손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는 범위는 스마트TV의 경우 전방 4~5m 정도, 높이는 1m 정도로 알려진다. 보통 TV 시청 장소가 거실이고 소파에 앉아 조작한다는 것을 가정하면 충분히 손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삼성전자는 스마트TV에 사용자 얼굴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TV가 단순 바보상자를 넘어 페이스북이나 스카이프용으로도 사용되니 사용자 개인 인증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이럴 때 미리 저장해둔 사용자 얼굴을 인식하는 것이라 한층 개선된 사용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헤드셋을 이용한 조작 방법도 시연됐다. 세부 기술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의 전기신호를 읽어내는 센서를 내장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센서는 미국의 NeuroSky가 개발했다. 이 데모는 위아래로 게임 캐릭터를 조작해 노란 블록 사이를 통과하는 것인데 헤드셋을 장착한 사용자의 집중력이 높아질수록 높이 상승하고 반대로 흩트려지면 내려간다. 좌우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구글TV의 실패를 되새겨 보자. 검색으로 유명한 구글이지만 구글TV가 제공하는 검색 기능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고 검색에 쓰이는 리모컨은 PC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누구나 쓰는 ‘거실 속 TV’로 안착하는데 실패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건 음성과 몸짓을 이용하던 바보상자라는 현재의 TV처럼 사용하기 쉽고 새로운 경험치를 제공할 때 소비자는 비로소 지갑을 열 것이다.


    베타뉴스 이상우 (oowoo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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