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MS의 CES 불참, 무엇을 의미하나?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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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2-26 09:57:56

    연말을 맞아 각종 미디어는 2011년을 정리하고 다가오는 2012년을 맞이하는 각종 뉴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쉽고 흔한 방법은 “2011년 IT 10대 뉴스”같은 식으로 몇 개의 주제를 정해 이를 정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바다 너머 들리는 소식도 있었으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에서 가장 큰 관련 전시회인 CES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뉴스였다.

     

     

    CES(Consumer Electric Show)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본디 가전제품을 위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초에 열리는 세계적인 규모의 전시회다. 하루 이틀로는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할 정도의 엄청난 규모로 열리는데, 한마디로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전시회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이런 CES에 MS같은 IT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컴덱스(COMDEX, Computer Dealer's Exhibition)가 열리지 않게 되면서부터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싶다. 지난 1979년부터 매년 11월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던 컴퓨터 박람회였는데 2003년을 끝으로 이 행사가 막을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CES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삼성과 LG가 지금의 가전제품에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결정적인 신제품들도 바로 CES에서 선보였지만, 늦게 참여했음에도 MS는 CES의 당당한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제품들을 CES에서 MS가 발표했을까? 2001년부터 본격 참여한 MS는 바로 그 해에 X박스를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게임기가 아닌 MS가 생각하는 미디어센터로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고, 2005년 CES 기조연설은 지금은 MS를 떠난 빌 게이츠의 토크쇼로 막을 열었다. 이때도 X박스 시연이 있었고, 그 유명한 전시회에서 작동을 하지 않는 징크스는 여전했다. 예전 컴덱스에서는 파란화면이 뜨기도 했던 것. 해를 넘겨 2007년에는 악명 높은 윈도우 비스타가 선보였고 바로 다음해에는 빌 게이츠가 MS를 떠나면서 그의 마지막 CES 기조연설이 있었다.

     


     
    2009년 빌게이츠의 오랜 친구이자 새로운 CEO인 스티브 발머가 그 자리를 이어받아 스피치를 진행했는데, MS버전의 태블릿 PC를 애플보다 무려 1년 먼저 선보인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해에는 윈도우 기반의 슬레이트 PC(Slate PC)를 공개했다. 참고로 이 제품은 지금 삼성전자가 팔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어쨌거나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대충 컴덱스 시절을 빼고도 제법 많은 제품들을 MS는 CES를 통해 선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가 CES에서 손을 때는 데에는 크게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시기의 문제이다. 전통적으로 컴덱스가 11월에 열렸던 것에는 일 년 가운데 가장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판매 제품을 선보이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런데 1월에 열리는 CES는 한 해를 여는 의미는 깊지만, 전통적인 제품 개발 사이클과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보다 결정적으로는 CES를 비롯한 오프라인 전시회의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수많은 컨벤션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 연초부터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신제품을 직접 보고 즐기는 의미가 컸고, 기업은 이를 통해 소비자 및 언론과 소통했다. 하지만 이는 비용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이 잘 갖춰지면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통적인 전시회보다는 보다 편한 소통방법을 찾았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심지어 프로모션도 진행할 수 있다. 비싼 티켓을 끊고 들어오는 고객과 단지 연결된 고객이 어떻게 같을 것이냐 하는 질문은 이제 그리 의미 없는 일이다.

     

    이미 애플은 2008년부터 맥월드 엑스포(Macworld Expo)라는 애플이 아닌 다른 회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더 이상 참가하지 않고 있다. 당시로서는 가장 큰 애플관련 행사였고 지금도 세계를 돌며 이런 저런 이름으로 열리고는 있지만 맥월드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주도하는 행사는 아니다.

     

    애플은 대신 자체 개발자대회(WWDC)에서 주력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와 검정 터틀넥셔츠 차림으로 등장하던 행사 역시 CES나 맥월드 엑스포가 아니라 바로 WWDC라는 점은 분명 MS에는 참고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MS의 결정을 단순히 애플 따라 하기로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IT환경에서 굳이 CES같은 행사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는 자체적인 행사를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CES와 독일에서 열리는 세빗(Cebit), 그리고 대만의 컴퓨텍스 등 세계적인 전시회는 이제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를 주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시회는 어떤가? 세계적인 IT강국, 삼성과 LG라는 엄청난 공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소비자와 소통이라는 전시회의 기본 목적보다는 일방적인 제품 홍보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여기에 할인, 특가 판매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영세업체나 일부 소비자들은 과연 전시회인지 이동매장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다.

     

    그런 점에서 “빨리 변하는 관련 산업을 따라 잡고, 무엇보다 소비자들과 더 나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하기 위해 CES에 불참한다.”고 밝힌 MS의 새로운 소통 방법이 과연 무엇인지 지켜볼 일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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