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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이온 3년, 그리고 하모니...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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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1-15 20:01:39

    한국 온라인게임으로 3년 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시장은 좁고, 경쟁은 심하고, 유저들의 눈은 높다. MMORPG 장르는 특히 심하다. 다른 장르보다 수십 배의 개발비와 오랜 제작기간, 더 많은 개발자들이 투입된다.

     

    찰나의 실수로 모래성  같이 무너지는 게 이 바닥 흥행이다. 그 중 엔씨소프트 게임은 더 가혹하다. 사내에서 수많은 프로젝트가 명멸을 거듭하며, 내부적 경쟁 또한 치열하기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의 간판 게임이 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힘들다.

     

    한국게임의 와우충격! 격변의 시대에 태어나

    ‘아이온’이 서비스 3주년을 맞았다. 2008년 11월 11일 오픈한 아이온은 줄 곳 정상에 있었다. 리니지, 서든어택,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테라 같은 고수들이 즐비한 게임중원에서 ‘최고’라는 수식어를 단지가 3년이 넘었다. 어떤 도전이나 응전에도 밀리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 게임사에 의미가 있는 게임이다.  

     

    3년 전... 한국 MMORPG는 격변기를 걸었다. 리니지 같은 필드사냥에 질린 유저들은 와우에서 시작한 콘텐츠 위주의 게임에 열광했다. 리니지 성공을 모델 삼은 국산 게임들은 와우가 가져온 콘텐츠 충격에 혼란을 겪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개발자는 게임 환경만 제공하면 됐다. 그 안에서 즐기는 건 온전히 유저의 몫이다. 그러나 와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던전, 퀘스트, 심지어 전쟁까지...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개발자가 제공하는 구조로 변했다. 유저는 그저 소비하기만 하면 된다. 그때부터 개발사의 '콘텐츠 공포'가 시작됐다.

     

    한국 MMORPG도 변화가 요구됐다. 리니지에 흐르는 한국적 정서를 담고, 와우의 방대한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게임이 필요했다. 그게 아이온의 시작이다. 아이온은 일견 와우와 비슷해 보이나, 그 내면의 게임 세계는 리니지와 닮았다. 퀘스트를 풀고, 던전을 탐험하는 '수동적' 플레이는 와우다. 레기온을 결성해 소통하는 '능동적' 플레이는 천상 리니지다. 리니지와 와우를 하나의 게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한번 흐름을 바꿨다. 

     

    아이온 오케스트라, 그리고 하모니

    3년 전, 김택진 대표의 말이 기억난다. 그는 아이온의 비전을 ‘오케스트라’로 표현했다. 리니지는 바이올린 독주, 리니지2는 현악 4중주, 아이온은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비유했다. 음악, 그래픽, 시나리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마치 오케스트라 음악처럼 조화롭게 펼쳐 놓겠다는 의지다. 처음엔 그저 듣기 좋은 소리로만 여겼다. 그 의미를 깨달은 건 3년 후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모니’다. 수많은 악기들이 같은 소리를 내려면 조화로워야 한다. 어느 한쪽이 강하거나, 약해서도 안 된다. 지휘자는 각 부분을 세세하게 리드하며 전체적인 조율을 신경 쓴다.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다. 임팩트 강한 콘텐츠가 게임 전체를 누르면, 유저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자잘한 콘텐츠를 가랑비 처럼 찔끔찔끔 업데이트하면 시시해 지기 마련이다. 

     

    아이온은 늘 계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유저와 소통했다. 3.0 콘텐츠도 1년 전에 미리 예고했다. 앞으로 나올 콘텐츠를 미리 준비하고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 여기서 소통이 시작된다. 유저들의 피드백과 요청들을 꼼꼼히 살피고 추가 될 콘텐츠에 반영한다.

     

    아이온은 어느 한 콘텐츠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양한 콘텐츠가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롭게 맞물려 제법 그럴싸한 ‘재미’를 만들어 낸다. 리니지처럼 혈맹의 부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살벌한 정치판도 아니다. 와우처럼 공격대의 부속품이 되어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엄격한 위계질서도 없다.

     

    어떤 콘텐츠를 즐기든 유저의 자유다. 누구는 어비스에 나가 웬종일 전투만 한다. 누구는 사냥은 안하고 집꾸미기에 열중한다. 누구는 캐릭터 의상을 수집하고 입히는 걸 좋아한다. 마을에 삼삼오오 모여 하루종일 기타치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캐릭터들도 있다.

     

    게임은 안하고 캐릭터 꾸미기에 관심 있는 유저도 많다. 잘 꾸민 캐릭터 '소스'는 게시판에서 최고의 인기다. 캐릭터만 잘 만들어도 인정 받는다. 각기 '음색'이 다른 콘텐츠들이 전체 게임 안에서 균형감 있게 배치된다. 어느 하나 튀거나 밀리는 경우는 없다.

     

    요즘 신작들이 나오면 가장 먼저 콘텐츠 딜레마에 부딪힌다. 유저가 만족하는 콘텐츠가 어디까지인지 딱히 계량화 된 수치는 없다. 그런데도 콘텐츠는 많고 봐야 한다. 유저가 감당 못할 정도로 왕창 쏟아내야 안심이 된단다. 게임이 잘못된 이유를 무조건 콘텐츠 부족으로 넘겨 짚는다.

     

    외면 받는 콘텐츠가 지천에 깔렸는데, 일단 양만 많으면 안심이다. 악기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하모니를 이뤄야 한다. 아이온의 성공비결은 '하모니'다. 조화야 말로 아이온 3년의 힘이다. ‘아이온 오케스트’라는 지금도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콘텐츠의 '하모니'는 예나 지금이나 듣기가 좋다. 당분간 정상은 계속될 것 같다.


     

     
    <기타치고 노래하는 캐릭터 밴드들. 다양한 콘텐츠를 각기 개성대로 즐기는 유저들이 많다.
    출처: 아이온 공식홈페이지>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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