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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사, 피시방의 불편한 동거, 그들은 왜 싸우나?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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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9-21 10:25:17

    업계에선 우스개 소리로 국내 게임사와 피시방의 관계를 '부부싸움'에 비유한다. 함께 산업을 이끈 주역이지만 툭하면 티격태격 신경전이다. 그렇다고 아무리 지지고 볶고 싸워도 쉽게 이혼 할 수는 없다. 미우나 고우나 평생 의지하며 살아야 할 반려자이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지만, 게임사와 피시방은 수년째 냉전이다. 

     

    지난 2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가 국내 게임사 넥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피시방과 게임사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위에 올랐다.

     

    총싸움게임 ‘서든어택’의 피시방 요금제가 갈등의 시작이다. 동시접속자 26만 명을 기록한 서든어택은 피시방 최고 인기 있는 게임인데, 넥슨이 정액제로 서비스됐던 서든어택 피시방 요금제를 종량제로 바꾸면서 업주들의 반발을 샀다. 인문협은 “(넥슨이)시장지배자의 우월적 힘을 남용해 서든어택 요금을 기습인상 하려 한다”고 넥슨을 비난했다. 종량제를 실시하면 피시방의 요금부담이 3배 이상 늘것이라는 게 인문협쪽의 주장이다.

     

    그러나 넥슨의 입장은 다르다. 대부분 게임들이 종량제를 따르는 추세며, 오히려 중소 피시방은 종량제를 환영한다는 주장이다. 넥슨은 피시방 6천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과반수가 종량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넥슨 관계자는 “종량제를 실시한 후 요금이 더 나오면 추가분의 70%를 되돌려 준다고 했는데, 무턱대로 반대만 하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종량제는 업소의 규모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주제다. 일정 요금만 내면 시간에 상관없이 사용 할 수 있는 정액제는 피시 100대 이상을 둔 대형피시방에 유리하다. 반면, 70대 이하의 중소형 피시방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종량제가 부담이 적다. 현재 ‘아이온’, ‘리니지’ 등 피시방 인기게임들은 대부분 종량제로 요금을 받고 있다.

     

    넥슨은 종량제로 손해를 보게 될 일부 대형피시방 업주들이 이번 반발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인문협은 “피시방이 매년 대형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에 종량제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소형 피시방은 2% 정도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양쪽은 아직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체 날선 공방만 오고가고 있다.

     

    고질적인 다툼, 원인은?

    문제는 게임사와 피시방의 다툼이 고질적이라는 것이다. '잘된다' 싶은 게임들은 대부분 피시방과 마찰을 빚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 요금제로 업주들과 다퉜고, 아이온도 한때 피시방 퇴출운동에 몸살을 겪었다. 업계에선 그 배경중 하나로 최근 피시방 산업의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중소 피시방 업소가 한 달에 지불해야 할 게임요금은 평균 200만 원 정도. 가게 임대료, 인건비, 피시교체비 등을 합하면 부담이 더 커진다.

     

    여기에 기업형 대형피시방이 들어서면서 업소간의 가격 경쟁이 심해졌다. 시간당 1,000~1,500원이던 피시방 이용요금은 업체 간 가격경쟁으로 500~800원으로 떨어졌다. 최근 문을 닫는 피시방이 늘고 있고, 전면금연 실시 등 정부의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저기 이중고를 겪고 있는 피시방 업주들은 당연히 요금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주 다투다보니 감정의 골도 깊게 파였다. 덮어놓고 반대만 하는 피시방 업주도 문제지만,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임사들도 비판받고 있다. 피시방 업주들은 게임사에게 착취당한다는 피해의식이 강하고, 게임사는 피시방이 반대만 한다고 거부감부터 가진다. 이러니 대화가 될 리 없다. 잦은 다툼으로 자칫 산업 자체가 침체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때 잘나갔던 대만 게임 산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피시방들이 몰락하면서 산업전체가 한풀 꺾였다. 뒤늦게 위기를 감지한 대만 게임사들은 최근 피시방 살리기에 열중하는 상황이다. 대만에서 만난 한 게임사 관계자는 “한때 1만여 곳에 달하던 피시방수가 지금은 3천 여 개로 줄었다”며 “대만 게임업계의 가장 큰 실수는 피시방의 몰락을 방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새겨야 들어야 할 대목이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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