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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싱크로율 100%? 한국 IT '최종병기 활' 누가 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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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9-02 23:42:10

    국경 저 너머로 ‘IT 최종병기 활’을 쏘라

            영화 '최종병기 활'의 스틸 사진.

     

    “국경 밖에도 독자가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이 없다.” 미국 체류 1년 만에 귀국한 소설가 신경숙이 던진 ‘국경 밖의 독자’라는 말이 귀에 딱 걸렸다.

     

    신경숙이 누구인가. 지난 4월 미국에서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영문판으로 출간해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베스트 20위권에 올랐고, 아마존닷컴 상반기 결산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 뽑힌 작가가 아닌가. 이 소설은 미국 시장 성공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28개 나라에 판권이 팔렸고 15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는 영문판 출간을 계기로 “국경 너머에도 독자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찌 보면 한국문학은 여지껏 언어와 문화가 다른 국경 밖의 독자를 본격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나 가요, 영화를 보면 차원이 달라진다. 오래 전부터 국경 너머의 이름 모를 팬을 생각하며 주인공을 설정하고, 춤을 추고, 연기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첫 단추는 아시아를 휩쓸고, 중동-남미까지 이어진 ‘대장금 신드롬’으로 대표되는 드라마 한류(韓流)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아시아권 석권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지난 8월 한국 대중음악을 뜻하는 ‘K-POP’은 당당히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빌보드에 단독 부스를 열었다. 일본의 J팝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 번째다. 그 이전인 지난 6월엔 K-POP이 유럽 문화의 중심지인 프랑스를 강타했다. 한국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SM의 5개 그룹 파리 공연은 이틀간 1만4000명을 모았다. 다소 과장이 섞여 있었지만 ‘코리안 인베이전’이란 말도 등장했다. 비틀스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그 강도가 침공에 가깝다고 해 ‘브리시티 인베이전’으로 쓰였던 용어를 차용한 것이었다.

     

    정보기술(IT)에서는 어떨까. 스티브 잡스의 후임자로 내정된 애플의 신임 CEO 팀 쿡의 언급은 한국 현실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애플 본사를 찾아간 한국의 박영선 의원에게 “한국에서 나온 아이디어나 기술 중 사라지거나 세계화되지 못한 것이 많았는데 그걸 모아서 연구하고 조립한 게 아이폰”이라고 했단다.

     

    한국 스마트폰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혁신해 만든 것이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에 이어 휴대폰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이폰이었다니 뼈 아픈 얘기다. 실제 한국에서 세계 최초 기술이 개발되고, 아이디어가 나온 정보기술(IT)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MP3 플레이어와 SNS다.

     

    MP3 플레이어는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아이리버 브랜드는 한때 전세계를 석권했지만 최종 승자는 애플의 아이팟이었다. 하드웨어뿐인 아이리버는 하드웨어(아이팟)와 유통(아이튠스), 소프트웨어(음원 확보)를 갖춘 애플 파워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전세계 SNS(소셜네트워크)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한국의 싸이월드는 끝내 국경을 넘지 못했다. 영어라는 언어를 뚫지 못한 게 가장 크지만, ‘도토리’(싸이월드 선물)에 대한 국경 너머의 다양한 반응을 살피지 못한 것도 이유였다. 대신 지금은 페이스북이 SNS의 진정한 패자가 되어 전세계 6억 명을 거미줄로 연결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단기간 400만명 돌파한 작품이 ‘최종병기 활’이다. 개봉 당시부터 스토리와 전개에서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재미있는 건 메가폰을 잡은 김한민 감독의 말이다. 그는 “아포칼립토에서 추격의 원형을 차용했다. 인상 깊게 보았다”고 당당히 밝혔다.

     

    표절에 대한 개념논란이 있겠지만 문화든 정보기술이든 원작이 있고, 국경이 있다. 하지만 연구하고 차용하며, 혁신하며 국경 너머 팬을 만드는 자가 최종 승자다. 2013년이면 세계 전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10억대를 넘는다고 한다. 도입된 지 30년이 넘는 PC의 현재 대수와 비슷해진다. 세계 인구는 70억 명인데 휴대전화는 약 50억대인 사회가 된다.

     

    바야흐로 기술과 아이디어도, 문화도 스마트 시대다. 과연 한국이 국경 너머, 아니 우주에까지 쏘아올릴 감동의 화살은 무엇일까. 라이벌인 구글의 에릭 슈미츠 회장은 애플 전 CEO 스티브 잡스에 대해 이렇게 칭찬했다. “잡스는 예술가의 감동과 기술자의 비전을 독창적으로 결합한 위대한 인물이다.” 한국에서 잡스 같은 감동과 비전을 갖춘 인물을 기다리는 건 어리석은 일일까.


    베타뉴스 카프카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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