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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난감 가게에서 팔리는 아이패드2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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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4-18 09:34:04

    흔히 교육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각종 제품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조금 성능이 떨어져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충분히 문제없이 쓸 수 있다는 뜻이 하나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라는 생각이 녹아 있다. 적어도 IT제품에서는 그렇다.

     

    애플이나 MS, 심지어 그다지 교육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텔의 투자 리스트 가운데서는 학교를 비롯한 각종 교육관련 사업에 실로 적지 않은 비용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익을 환원한다는 차원의 기부로도 볼 수 있겠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입장에서 보지 않을 수 없다. 미래의 가장 확실한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익숙한 플랫폼을 만들어 구매력을 갖는 나이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그들의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든다는 어찌 보면 가장 효과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장난감 업체인 토이저러스가 애플 아이패드2의 판매가 들어간다는 외신이 눈길을 끈다. 물론 이미 제법 오래전부터 소문으로 떠돌던 뉴스이기는 하지만 막상 장난감을 파는 곳에서 첨단 IT제품인 태블릿을 판다는 것은 생소한 소식임에 분명하다.

     

     

    이미 토이저러스는 판매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패드 판매 교육을 마치고, 쇼핑몰에선 아이패드2 관련 기획전도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토이저러스에서 파는 제품은 아이패드2 가운데 16GB와 32GB의 와이파이 버전으로 복잡한 개통절차가 필요한 3G모델은 제외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장난감 매장답게 아이패드2를 보호하는 스마트 커버도 함께 판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애플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인기 있고 충성도 높은 고객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고객이 매번 얼마 되지 않는 애플스토어를 방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의 할인점에 해당하는 월마트를 비롯한 대형 매장에서 아이패드2의 판매망을 늘리는데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토이저러스는 이런 판매망 확대의 연장선이라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유통망에 뛰어들었다고 봐도 좋다. 유통에 관계된 입장에서 볼 때 정말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다.  

     

    장난감 매장의 대명사인 토이저러스에서 아이패드2를 살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토이저러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철저하게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 매장이다. 일부 마니아 층이나 오타쿠를 위한 일본의 성인 장난감 매장이 아니다. 이런 토이저러스에서 아이패드를 판매한다는 것은 이제 미국 사회에서 아이패드2를 새로운 장난감의 범주에 집어넣었다는 뜻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장난감치고는 지나치게 비싼 감이 없지 않지는 말이다.

     

    이미 애플이 한국시장에도 아이패드2를 늦지 않게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황이고, 토이저러스 역시 우리나라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토이저러스에서도 아이패드2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컨텐츠도 별로 없는 다른 제조사들이 너도 나도 태블릿을 장난감 매장이나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겠다고 나서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토이저러스에서 파는 것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지 않은가.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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