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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가부 게임규제, 청소년도 놓치고, 산업도 망친다!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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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2-07 10:20:33

    “한국 온라인게임은 시어머니가 두 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요즘 업계에서 푸념처럼 들린다.  

     

    일만 터지면 득달 같이 달려와 규제부터 내놓는 여성가족부(여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극성을 빗댄 말이다. 최근 온라인게임에 빠진 청소년이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여가부는 게임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을 청소년보호법에 포함시켰다.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주장했다. 여기에 게임물을 직접 관리하는 부서인 문화부가 반발했다. 문화부는 게임산업진흥법이 있는데, 청소년보호법에서 게임을 규제하는 건 이중규제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셧다운제의 적용 연령대도 문화부는 만 14세 미만, 여가부는 19세 미만으로 엇갈렸다. 법안을 놓고 부서 간 힘겨루기가 심해지자, 급기야 두 부서 장관이 만나 16세 미만 셧다운 적용에 합의했다고 한다. 사안의 본질을 해결하기 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미봉하자는 식이다. 19세, 16세, 14세를 놓고 따지는건 그냥 숫자놀음 불과하다.

     

    이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용자들은 게임등급에 관련 없이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된다. 온라인게임 전체를 청소년유해매체로 보는 정부의 시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러니 청보법 수정안에 담긴 게임규제 내용도 문제가 많다.  

    첫째, 과잉규제에 대한 우려다. 청소년보호법은 성인물이나 음란물 같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를 규제하는 법이지, 청소년 이용가능 게임까지 단속하는 법은 아니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습에 도움이 되는 교육용, 기능성 게임도 심야에 할 수 없게 된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둘째, 문화콘텐츠와 관련 없는 부서가 제도나 법령을 만들어 진행하는 건 효과가 없다.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김민규 교수는 “청소년보호법이 청소년 보호라는 본질적 목적보다 규제에만 집중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손가정, 맞벌이부부 증가 등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을 개선해야지, 덮어놓고 규제부터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 규제의 실효성도 의심된다. 16세 미만은 심야에 게임에 접속하지 못한다 해도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몰래 즐길 수 있다. 실제로 18세 이상 성인게임에 접속한 대부분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민번호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심야 시간대만 규제한다고, 청소년 과몰입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야 셧다운제가 청소년 과몰입 해소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객관적인 조사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넷째, 이중규제에 대한 혼란도 우려된다. 게임 관련 규제는 청소년보호법 외에 문화부가 발의한 게임진흥법에도 포함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현 과장은 “게임진흥법은 청소년을 포함한 성인의 게임 과몰입까지 다루는 포괄적인 법인데, 게임만 청소년보호법으로 이중 규제하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법사위는 게임진흥법 외에, 청소년보호법에서 게임을 규제하는 것은 국법체계를 혼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섯째, 지나친 규제는 음성화를 부채질 할 수 있다. 게임과 같은 문화콘텐츠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결국 음성화를 부채질 할 뿐이다. 법에 의한 강제가 아닌 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결국 게임사의 자율적인 자정과 규제가 앞서야 한다.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주먹구구식 규제는 청소년 보호도 못하고, 산업의 경쟁력도 하락시키는, 두마리 토끼를 잃게 될뿐이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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