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컬럼] ‘스타’없는 게임리그, ‘스타’가 필요하다!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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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0-21 10:27:38

    스타의 파워는 막강하다. 스타가 없는 방송, 스타가 없는 스포츠. 과연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단연코 아니다. 

     

    주변을 살펴보자. 십수년 전만 해도 골프라는 스포츠는 대중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원조골프여왕’ 박세리가 등장한 이후, 상황은 역전됐다. 골프가 대화의 주제가 되고, 골프 규칙도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동네에는 골프연습장이 들어섰고 어느덧 ‘제2의 박세리’, ‘리틀 박세리’가 전 세계 골프계를 이끌어가기에 이르렀다.

     

    이뿐인가.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미국 본고장에 진출한 이후,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메이저리그 역시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피오나 공주’ 장미란과 ‘피겨요정’ 김연아는 비주류 스포츠였던 역도와 피겨 스케이팅을 인기 스포츠 반열에 올려놨다. 역도와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육성 지원방안까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스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한 명의 스타로 인해 해당 분야, 해당 스포츠가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스타는 스스로 탄생되기 어렵다.

     

    선수 스스로의 어필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타 만들기는 별명에서부터 시작된다. 스타는 곧 대중의 관심에 불을 지피고, 정부의 정책 및 예산 편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또한 선수들의 육성 발굴에도 도움을 준다. 

     

    이를 반영하듯 스포츠 매체 기자들은 될성부른 선수에게 가장 먼저 선수의 특징을 살린 별명부터 지어준다. 이후 해당 선수만의 별명은 선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선수를 기억하게 만들고 나아가 해당 분야, 해당 스포츠의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낸다.

     

    반대로 별명 없이 ‘최고의 투수 김 아무개’라는 호칭은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최고의 투수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게임계만 해도 ‘테란의 황제’나 ‘괴물 테란’이 두 명이 될 수 없다. 말 그대로 해당 선수만의 독점 타이틀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게임리그로 손꼽히는 스페셜포스,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리그 참가 선수 중 ‘별명으로 먼저 알려진 스타가 존재 하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혹 별명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선수만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결과다. 

     

    인기도 과거 스타크래프트 리그만 못하다. 다른 게임들이 스타크래프트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동시접속자수만 수십만 명을 넘어서며,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능가하는 게임들이다.

     

    임요환 효과를 통해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던 e스포츠 산업.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리그 이후, 성장에서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어야 할 게임 리그는 수년째 제자리 걸음중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비단 간판스타의 부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잠시 시선을 돌려보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 게임 리그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전개된다. 야구팬들은 모두 떠나는데 야구 구단주와 방송국, 야구협회가 남은 파이를 집어먹겠다고 싸우는 꼴이다.

     

    저작권이나 중계권 등 이해타산을 중심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협회, 방송사, 게임사 간의 갈등, 이들의 파워게임 앞에 수년째 ‘파행위기’라는 수식어가 붙은 e스포츠는 이제 만신창이가 됐다. 난항을 넘어 좌초될 위기에 처했음에도 진흙탕 싸움에서 승리를 기약할 수 없는 너절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만약 스타크래프트가 없는 e스포츠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위기는 쉽사리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간판스타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한번 떠난 대중의 관심을 되돌리는 것은, 처음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일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시간적, 물질적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 언론, 협회, 게임사, 방송사 모두가 힘을 합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타선수를 발굴해내야 한다. 스타의 임요환이 없다면 다른 게임에서 스타 프로게이머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10월초, 던전앤파이터 챔피언십 예선대회와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2010-2nd 대회, 그리고 카트라이더 12차 리그가 일제히 개막됐다.

     

    각 게임 리그별 대표 선수들이 저마다 실력을 뽐내며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국대회 규모의 게임 리그가 펼쳐지고 있는 지금,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스타 없는 게임 리그의 현실 앞에 ‘테란의 황제’ 임요환 시대의 함성은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기고] 윤영진(게임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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