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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트위터 달군 '문명 신드롬' 이유 있었네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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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0-20 10:55:44

    “게임에 빠져 대인관계도 끊었다.”, “게임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밤을 꼬박 세웠더라”,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달구었던 ‘문명5’에 대한 평가다. 지난달 해외에서 발매된 전략게임 ‘문명5’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유럽에선 발매 하루 만에 게임판매차트 5위권 안에 들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에선 정식 발매도 안했는데 이용자들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해 자발적으로 한글화 할 만큼 인기다. 빠져나올 수 없는 몰입도 때문에 스타크래프트2 못지않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문명 신드롬’까지 일으키고 있다. 문명5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대리 만족시켜 준다. 게임은 구석기시대부터 미래까지 인류가 겪어온 문명의 발전상을 담았다. 이용자는 인류의 문명을 지배하는 권력자의 입장에서 게임을 하게 된다. 처음엔 조그마한 부족국가에서 시작하지만 세력이 커질수록 이용자가 가진 권력도 강해진다. 힘을 얻기 위해선 상대보다 더 빨리 문명을 발전시켜야 한다. 자원을 모아 영토를 확장하고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켜 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쟁이나 무역 등 다양한 외교활동을 할 수 있으며 다른 문명보다 앞서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까지 이용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만약 중세시대부터 시작했다면 상대보다 먼저 산업혁명을 일으켜 근대화에 성공한 쪽이 이긴다. 문명을 발전시켜 힘을 기른 다음엔 상대방을 침략해 영토를 넓혀야 한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을 쌓아 국력을 과시할 수 있고, 서양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게임은 철저한 양육강식의 법칙만이 통한다. 문명이 앞선 국가는 뒤쳐진 국가를 정복하면서 제국으로 발전한다.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진시황제나 파라오 같은 절대 권력자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스타크래프트와 다른 점도 인기배경이다. 경쟁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스타크래프트’와는 달리 ‘문명5’는 협동과 느림을 내세웠다. 스타크래프트는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문명5는 다른 문명을 흡수해 더 나은 문명을 만들어야 승리한다.

     

    실시간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스타크래프트와는 달리 문명5는 바둑처럼 자신의 차례가 오면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빠른 손놀림과 순발력 대신 느긋하게 전략을 구상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로 성인 게이머들에게 인기다.

     

    자유로운 게임방식도 매력이다. 게임은 일정한 패턴이 없다.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국제 관계를 맺는데도 여러 가지다.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거나, 외교적 방법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또는 유엔(UN) 같은 국제기구를 설립해 세계질서를 확립할 수도 있다. 과학기술 발전시켜 우주를 정복하거나,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

     

    교육적 효과도 탁월하다. 문명5는 그 자체가 역사 교과서라 해도 손색이 없다. 동서양 문명충돌과 같은 어려운 인문학 자료를 게임으로 쉽게 풀었다.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까지 문명의 발전사를 역사 그대로 표현했다. 알렉산더 대왕, 엘리자베스 여왕, 비스마르크, 간디 등 실존인물들이 등장한다. 게임은 세계 14개 문명국가 중 하나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아시아 국가로는 중 중국과 일본을 한국은 고구려가 나온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의 영향도 컸다. 지금까지 나온 문명 시리즈 중 5편이 유독 이슈를 끄는 이유는 SNS를 통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게임 경험담을 트위터에 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이루면서 자연스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처음엔 게임의 중독성을 논하더니, 지금은 ‘간디 패러디’까지…, 소통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문명5는 게임마케팅의 새로운 롤모델이 될만하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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