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기자수첩] 강해진 중국게임, 세계 패권 넘본다!


  • 이덕규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0-10-05 18:46:22

     

    최근 중일간의 센카쿠 열도 분쟁을 보며, 문득 한중 게임시장이 떠올랐다. 근래 중국게임이 많이 달라졌다. 동경게임쇼에선 한국게임 대신 중국게임이 나왔다. 조악한 '짝퉁'에 내수용 게임으로 취급받던 중국게임이 한국을 넘어 눈 높은 일본시장까지 얼굴을 내밀었다. 1990년대 일본서 시작한 게임 주도권이 2000년 한국을 거쳐 2010년엔 중국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도대체 이 끝모를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2009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39억 6천만 달러 규모로, 전년대비 55.4% 성장했다. 매년 10억 달러 이상 성장하여 2012년엔 72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23%를 차지한 한국을 넘어섰다. 중국 온라인게임 업체는 50%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하고 있으며, 1만 개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중국게임의 성장배경에는 정부의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게임 산업을 핵심 문화산업으로 삼았다. 중국 게임사에 2년간 소비세를 면제해주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해외게임을 견제하는 한편 온라인게임 타임아웃제를 도입해 역기능도 막았다. 게임 산업 육성에는 중국정부의 정치적 의도도 깔려있다.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중국정부의 정책이 게임에도 반영되어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이 우선으로 제작지원을 받기도 했다. 중국게임의 대다수가 자국 역사를 소재로 한 무협물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에선 중국정부가 젊은 이용자층이 정치에 눈을 돌리지 않도록 하기위해 게임을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연출을 맡고 업체들이 배우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중국 게임회사는 자국시장을 장악했다. 초창기 한국게임 비중이 컸다면, 지금은 중국게임이 60%를 차지한다. 우수한 한국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개발노하우를 흡수했다. 이런 과정에서 무분별한 베끼기 관행이 유행하기도 했다. 당연히 외국의 비난을 받았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무한경쟁도 중국게임 성장의 요인이다.

     

    중국 게임사의 숫자는 1만 5천여 개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런 경쟁구도는 단기간에 중국게임의 수준을 향상시켰다. 국외 고급엔진을 사용한 수준 높은 게임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나인유는 중국 최초로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무협게임 ‘신병전기’와 ‘유성호접검’을 공개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게임서비스는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중국게임은 이용자의 편의가 우선이다. 자동사냥, 현거도 중국에선 허용된다. 이용자가 원하면 도입한다는 원칙이다. 개발자의 원칙을 앞세우는 한국게임과는 다른 면모다.

     

    빠른 시장 대응력도 강점이다. 한국이 온라인게임만 파고드는 사이에 중국은 ‘웹게임’이란 틈새를 공략했다. 작년 한국을 강타한 웹게임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표게임사도 중국산 웹게임을 수입해 서비스하고 있다. ‘칠용전설’, ‘열혈삼국’, ‘무림제국’ 등 인기 웹게임도 중국산이다.

     

    내실을 키운 중국게임은 올해부터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다. 이미 베트남, 필리핀 등 중국과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게임이 대세다. 한국 게임사들이 지금은 중국게임을 수입하는데 더 적극적이다. 올 상반기 ‘주선’, ‘천존협객전’, ‘무림외전’, ‘적벽’, ‘일검향’, ‘황제온라인’ 등이 서비스됐고, 하반기에도 ‘진온라인’, ‘구음진경’, ‘신병전기’ 등이 대기하고 있다. 가격이 싸고, 반응도 좋아 제몫은 해낸다는 평가다.

     

    무서운 건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이다. 이제는 자본으로 한국 게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게임사 샨다는 국내 게임사 액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인수해 한국시장의 영향력을 키웠다. 아이덴티티게임스는 한국게임사와도 협상을 진행 했으나, 결국 9,500달러의 엄청난 금액을 제시한 샨다를 택했다.

     

    자본이 부족한 한국 게임사에 대한 중국자본의 투자도 늘고 있다. 텐센트는 자본이 부족한 국내 게임사에 2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했다. 이는 내년 한국정부의 게임 산업 육성지원금 168억 원을 보다 높은 금액이다. 국가예산이 한 업체의 투자금만 못하다. 이러다가 돈 필요한 중소게임사가 한국보다 중국에 먼저 손을 내미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507962?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