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가격 비교 사이트의 미래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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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9-27 11:55:15

    자칭 컴퓨터 전문가라는 명함을 걸고 살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컴퓨터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IT기기를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하게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하고 적당한 이익을 남기며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사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무엇보다 내가 소비자가 될 경우나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이들이 제품 구입을 의뢰할 때는 그래서 적잖이 당황하기도 한다.


    이럴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다름 아닌 가격비교사이트다. “소비자는 떨어진 1달러를 주우려 길을 건너지는 않지만, 1달러가 싼 상점을 찾기 위해서는 기꺼이 길을 건넌다”는 격언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실천하는 모델인 가격비교사이트는 그 어떤 곳보다도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장모델이다. 가격비교사이트가 성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 예를 들어 인터넷 보급률이 유독 높고, 상반기 20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전자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댓글을 달기 좋아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우리 소비자들의 습성과 좋은 앙상블을 이룬 까닭이다.


    가격비교 사이트의 가장 큰 오해는 제품을 직접 파는 마켓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마켓에서 어떤 제품을 어떤 가격, 어떤 조건에 판매하는지를 비교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소비자들이 구매할 경우 일정 부분의 판매수수료를 취하는 형태이다. 여기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광고를 유치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한다.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고, 달리 생각하면 정교한 검색기능은 필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 사이트보다 독특한 점은, 1등이 아니면 존재의 의미가 거의 없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른바 승자독식(Winner take it all)의 시장 논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미 IT와 컴퓨터를 중심으로 이 부분의 선두주자인 다나와의 경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할 정도로 규모도 커지고 있다. 에누리의 어지간한 광고는 한 달 광고료가 천만 원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몇 달째 광고자리를 구하기 힘들 정도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효과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다나와, 에누리가 독점 아닌 독점을 하고 있던 이 시장에 최근에 어바웃(about)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경쟁자가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 있다.

     

    ▲ 가격비교사이트의 후발 주자로 떠오른 어바웃


    어바웃은 옥션이 운영하던 ‘오픈쇼핑’이 확장 개편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선두주자인 다나와나 에누리가 순수한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시작한데 비해 쇼핑몰의 절대 강자라는 유리한 배경과 엄청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 옥션의 설명으로는 이른바 ‘퀵바이’ 서비스를 통해 상품의 기능과 특성별로 검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녀, 단순히 가격 위주로 검색이 가능했던 경쟁업체보다 더욱 세분화된 검색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다보니 입점몰 개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지금까지의 시장 진입 초반 성적표는 대단히 좋은 편이다. 어바웃은 지난 7월 코리안클릭 기준 순방문자수(UV) 388만9000명을 기록하며, 다나와 394만7000명에 비해 불과 1.5% 차이를 보였다. 오픈베타 기간인 5월에 비하면 어바웃의 순방문자수는 두 달여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심지어 아이템에 따라서는 거의 차이가 없거나 앞선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물론 IT와 컴퓨터에 특화된 다나와와 옥션과 지마켓을 배경으로 패션 등에서 강점을 갖는 어바웃의 1:1비교는 사실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어바웃의 빠른 성장에는 PBP(Partner Benefit Program)이라는 어찌 보면 제살깎아먹기 전략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는 어바웃 측이 입점몰들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이에 해당하는 비용을 이용자들에게 할인 혜택으로 돌려주는 식이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최저가 검색 서비스를 이용함과 동시에, PBP 프로그램에 참여한 입점몰의 상품을 구입할 경우 추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어 경쟁 사이트에 비해 좀 더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시장 초기 진입에 엄청난 출혈을 하는 셈이다.


    물론 아직은 어설픈 점도 많이 보인다. 현재 어바웃이 상품 검색기능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단점이다. 다나와처럼 다양한 상품을 구경한다거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다. 어바웃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퀵바이 기능이 적용된 카테고리 수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며 각 속성 항목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않는 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해당제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거나 비슷비슷한 제품이 많은 제품군에서는 퀵바이 기능이 오히려 번거롭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 가격비교사이트의 선두주자답게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다나와

    이미 다나와는 새로운 수익모델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내놓을 정도로 한 발 앞서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수십 년에 가까운 내공은 결코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제품들에 달린 댓글과 구매후기, AS경험담 등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장점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결국 이 시장은 많은 이들이 공존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어바웃에 이어 포털사이트 역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사 역시 스마트폰시대에는 뭔가 다를 것이라며 잔뜩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좀 더 편한 쇼핑, 좀 더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진정한 가격비교 사이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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