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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동현 "스포츠게임으로 꿈 대신 이뤄요"


  • 김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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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9-03 13:45:30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주동현(삼육 재활학교)군이 제일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은 ‘마구마구’다. 그는 마구마구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선수카드로 홍성흔과 가르시아를 꼽았다.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야구팀도 부산 롯데다.


    좋아하는 게임과 선수 이야기를 할 때는 긴장으로 굳어있던 표정도 한결 환하게 바뀌었다.


    동현군을 만난 곳은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가 벌어지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3층이었다. 지체 장애를 가진 동현군은 2명의 친구와 함께 마구마구 단체전에 서울 대표로 참가하는 선수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마구마구를 즐겼다는 그는 이 게임의 오랜 유저이기도 하다. “한동안 쉰 적이 있어 정말 잘 하진 못해요”라고 하면서도 “목표는 우승”이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우승을 위해 얼마 전부터는 하루 8~9시간씩 연습을 했을 정도다.


    마구마구 뿐만 아니라 동현군은 프리스타일, 피파온라인2 같은 스포츠게임도 좋아한다.


    “경기에서 이겼을 때 쾌감 때문에” 스포츠게임을 주로 한다고 말하는 동현군에게 스포츠게임은 현실에서 다 이룰 수 없는 꿈을 대신해 준다.


    장애학생에게 더 어려운 프로게이머의 꿈


    동현군은 혹시 이 같은 e스포츠를 통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말하더니, “어렸을 때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이라고 말을 흐리며 슬쩍 웃어 보였다. 옆에서 경기진행을 도와주던 남상권 인솔교사는 실제로 지체 장애학생들이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체가 불편하기 때문에 장애학생이 오랜 연습과 집중이 필요한 프로게이머가 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어렸을 때는 잘 모르니까 프로게이머를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체 반응속도가 일반인보다도 좋지 않기 때문에 게임에서도 (일반인에게) 종종 지는 경우가 나와요.”


    불편한 신체지만 게임 속에서나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막연한 짐작이었다.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리그를 치르며 수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것은 혈기왕성한 20대 프로게이머들에게도 신체적으로 몹시 힘든 일이다.

     

                               ▲ 주동현(17)군과 남상권 인솔교사(삼육 재활학교)


    현장에는 동현군 또래의 많은 장애학생이 휠체어나 불편한 몸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태풍 곤파스가 막 지나간 목요일 오후였지만 많은 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선수들은 닌텐도 Wii 스포츠 볼링, 오델로, 사천성, 피파온라인, 사천성 등 각기 다른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전국 특수교육 정보화대회/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에서는 이틀간 특수학교 학생 및 일반인과 장애학생들이 함께 팀을 이룬 특수학급 학생들이 e스포츠 및 정보경진대회에서 실력을 겨루게 된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신체조건이나 생각은 달라도 지금 이순간의 꿈은 모두 같다. 우승. 몸이 불편하든 그렇지 않든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아니겠는가. 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감, 그 자체다.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보는 것은 어때요?


    질문을 바꿔보았다. 그러면 주동현군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조금 색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작가요.”

    “어떤 작가요?”

    “소설가요. 셜록 홈즈가 나오는 추리소설을 좋아해요.”

    “혹시 게임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 알아요?”

    “아뇨.”

    “게임의 스토리도 쓰고 캐릭터의 이야기를 만들어줘요. 요즘에는 게임회사에서도 공모전도 하고 많이 투자하고 있는 분야에요.”


    동현군은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게임 시나리오 작가에 대해 주의 깊이 들었다. 스포츠게임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소년이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프로게이머보다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꿈이 더 근사하게 느껴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니 개막식 행사장에서 유병한 문화체육관광부 실장이 ‘해리 포터’를 쓴 조앤 롤링의 성공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실패를 딛고 어려운 상황에서 성공한 조앤 롤링의 이야기를 주동현군이 들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경기에서 꼭 우승한다면 좋겠다.


    사진 김시소,글 김명희(플레이포럼) <playforum.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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