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인터뷰

[그곳에가면] 지식과 나눔의 녹색공장! NHN '그린팩토리'를 가다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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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6-07 16:54:40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NHN 사옥, 건물전체가 햇빛을 받아 푸른색을 띄고 있다>

     

    그곳에 가면 그윽한 책내음이 가득하다. 첨단을 달리는 게임기술과 오래된 고전 인문학이 만나 풍성한 지식의 만찬을 펼쳐 놓았다. NHN 신사옥은 입구부터 방문자의 예상을 깬다. 게임 회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책들이 많다. 현란한 게임 영상과 포스터 대신 소박하고 두툼한 책들이 벽면 가득 채워져 있다.

     

    여느 게임회사를 떠올리면 착각이다. 밤새워 부스스한 차림으로 담배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개발자 대신, 동네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삼삼오오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풍경이 떠오른다. 그럴싸한 카페의 고급 커피보다 도서관에 진열된 책들이 시선을 잡는다. NHN의 새 보금자리 ‘그린 팩토리’의 첫인상이다.

     

    국내 대표 게임사 NHN은 그동안 '집'이 없었다. 정신 없이 일만하면서 이럴다 할 사옥도 마련하지 못했다. 더러는 건물을 함께 썼던 대기업과의 문화 차이로 쫓겨날 뻔도 했단다. 대기업의 넥타이 문화는 이들의 젊은 벤처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곳저곳을 전전한 끝에 분당 정자동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녹색의 단아한 건물은 여름 햇살을 받아 더욱 푸르다.

     

    <입구부터 아이디어가 넘친다. 넓은 벽면을 이용해 최신뉴스를 실시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1층에 위치한 NHN 도서관 입구, 출입구부터 책내음 가득하다>

     

    ▲ 주민에게 개방된 도서관, 지식의 보고
    입구에 들어서면 넓직한 도서관이 시선을 잡는다. 건물 1, 2층에 마련된 도서관은 내부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입구 자체도 거대한 책의 언덕이다. 지식검색을 상징하는 다양한 책들이 도서관 입구를 가득 꽃혀있다. 도서관 서고에는 책들이 가득하다.

     

    직원들을 위한 전문서적부터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 소개된 2만 여권의 책들이 구비되어 있다. NHN은 도서관 서적을 최대 5만권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공학, 인문학, 아동용 도서까지 다양한 종류의 양서들을 구비해 놓을 계획이다. 

     

    아직 책이 많지 않아 서고는 듬성듬성 이빨이 빠져 있지만 앞으로 여느 도서관 못지않게 지식의 보고를 채워나갈 예정이다. NHN은 “지금은 열람만 할 수 있지만 차후에는 도서관 소장 도서를 주민들이 대여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서관 분위기는 마치 대학교 도서관을 보는 듯하다.

     

    <소설부터 인문학까지 다양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학도서관 처럼 꾸며진 도서관 내부, 누구나 와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직원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책을 마음껏 대여해 볼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곳곳에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컴퓨터가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대학 도서관과 다른 점은 주민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나눔의 공간이란 점이다. 대학도서관은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지만 이곳 도서관은 방문한 손님들은 누구나 환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디지털 세대를 이끄는 기업이 너무나 아날로그스러운 도서관을 간판으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도서관'이야 말로 가장 NHN 다운 '선택'이다. NHN은 네이버를 통해 인터넷에 거대한 지식의 탑을 쌓았다. 한국인에게 네이버는 단순한 검색엔진 이상이다. 그 자체가 지식이자 생활의 일부다. 한국 지식사회에서 네이버가 없다면, 일상에서 전기와 물이 없는 것과 같다. 그만큼 한국의 지식은 네이버로 통한다.

     

    도서관은 지식에 대한 NHN의 열정을 상징한다. 지식을 나누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열정이야 말로 NHN 도서관의 존재의미다. 그래서 이곳의 책내음은 그 어떤 서점보다 정겹고 귀중하다. 도서관은 내부 꾸미기를 마친 후 6월 중으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2층에 있는 대강당도 주민들이 쓸 수 있다. 영화 상영, 음악회, 세미나 등 지역주민을 위한 행사를 이곳에서 할 수 있다. 건물 1, 2층은 온전히 주민들의 공간으로 내어주었다. NHN 신사옥은 직원복지를 넘어, 지역 주민의 삶의 질까지 아우르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라고 있다.

     

    <NHN스토어, 여유로운 분위기>

    <4층에 위치한 NHN 스토어에는 회사관련 기념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모자, 티셔츠, 각종 문구 용품까지 업무에 필요한 물건들이 많다>

     

    ▲ 앞만 보고 달려온 10년, 변화의 갈증
    NHN은 1999년 6월에 창립했다. 처음 검색포털로 시작한 NHN은 한게임과 손잡고 게임회사로 거듭났다. 검색사업과 게임사업을 운영하며 10년 만에 한국 IT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벤처기업답게 직원들의 창의적인 열정과 도전정신이 회사를 키우는 밑거름이다.

     

    검색포털 네이버는 '다음', '야후'를 제치고 국내 검색시장을 장악했다. 세계를 점령한 구글도 한국에선 네이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들은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성장이란 가속패달을 밟고 과속으로 달렸다. 옆과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앞으로 뻗어나갔다. 포털을 통해 들어오는 광고수익은 최고수준이다. 고포류 게임의 대박으로 NHN의 몸은 더욱 비대해졌다.

     

    그러나 탄탄대로에 제동이 걸렸다. 한게임은 최고 포털로 올라섰지만, 고포류 게임이 발목을 잡았다. 사행성 게임으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부와 언론들은 한게임을 질타했다. 네이버로 정보를 독점한다며 또 한번 비판의 대상이 됐다. 브레이크 없는 성장은 주위사람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NHN은 변화가 시급했다. '정보독점 회사', '고스톱게임 회사'... 이런 간판을 때어내야 했다. 

     

    작년, 정욱 대표가 한게임 대표를 맡으면서 NHN의 변화가 시작됐다. 정욱 대표는 2010년을 변화의 원년으로 삼았다. 그는 “10년간 함께 했던 고포류 게임과의 인연도 끊어야 할 때가 왔다”며 “한게임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게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사행성 게임을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결심을 시작으로 NHN의 변화는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혁신에는 늘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른다.

     

    <2층에 위치한 대강당, 지역주민들을 위해 항상 개방되어 있다>

    <NHN 자체 행사뿐만 아니라, 어린이 영화관람, 지역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에 이용될 계획이다>

     

    ▲ 성장, 변화, 나눔의 ‘녹색공장’
    NHN의 변화는 자기반성부터 시작했다. 작년부터 그린캠페인을 펼쳐 게임의 역기능을 줄여갔다. 한게임 고포류 게임 시간을 하루 10시간으로 제안하고 사행성 게임 근절에 앞장섰다. 비록 매출액은 줄었지만 선도기업으로써 당연히 짊어져야할 몫이었다.

     

    한게임은 사행성의 굴레를 한꺼풀 한꺼풀 벗어나갔다. 요즘엔 한게임의 사행성을 지적하는 말들이 부쩍 줄었다. 사행성이란 자갈밭을 개간한 후 그 위에 온라인게임의 씨앗을 뿌렸다. ‘테라’, ‘워해머 온라인’, ‘프로젝트 이스트’ 등 선 굵은 대작부터 ‘바이시티’ 같은 웹게임까지, 한게임의 올해 농사는 풍성하다.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우수한 작물들이다. 풍요로운 결실을 맺기 위해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성장과 변화, 그 다음 NHN은 어떤 목표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나눔'이다. 수확한 것을 혼자서 가지지 않고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미덕이다. 그들의 다음 목표는 '나눔의 실천'이다.나눔의 문화는 한게임 사옥 곳곳을 상징한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그린 카페에서 얻은 수익은 모두 자선단체 해피빈에 기부된다. 해피빈은 네이버가 만든 사회 기부단체다. 독거노인 돕기는 물론 백혈병 환우의 투병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아이티 강진 때 해피빈에서 모은 성금은 2억 원이 넘는다. NHN 직원들이 회사에서 쓰는 돈은 대부분 해피빈을 통해 사회에 기부된다.

     

    NHN은 '사회, 윤리적 가치를 경영활동의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기업윤리를 내세웠다. 그러고보면 '나눔'은 10년 전 그들의 초심이다. 지난 10년 동안 성장의 탄탄대로, 변화도 가시밭길도 걸었다. 이제 그들 앞에는 '나눔'이라는 새로운 길이 놓여있다. 지금까지 걸어보지 않았던 낮선 길일지라도 그들은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NHN의 신사옥은 그 길의 출발점이다. 

     

    <카페테리아, 수익금 전부는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자선단체 해피빈의 기분사업에 쓰인다>
    <회사내 편의점을 두어 야근하는 직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 등 최신 기기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시연대가 마련되어 있다>
    <카페테리아에서 판매하는 커피 값은 1000원부터 다양하다>
    <휴식공간, 이곳에서 직원들이 모여 자유롭게 아이디어 회의를 할 수 있다>
    <노천카페, 흡연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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