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컬럼] IT기기에도 공정무역을 도입하자!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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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5-31 15:39:53

     

     알림 : 해당 컬럼은 외부 필자의 성향에 따른 것으로 베타뉴스의 편집방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점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공정무역(Fair Trade)은 최근 국제 무역정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대안무역이고도 불리는 이 단어는 자본주의가 극대화됨으로써 벌어지는 생산자와 기업들의 경제적 불균형을 바로 잡고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서 유럽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즉, 앞서 커피의 예처럼 못사는 나라에 돈으로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고 공정한 거래를 통하여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안적인 무역 방식이다.


    예를 들어 커피의 주된 생산국인 브라질 등에 공정무역을 주도하는 단체나 회사가 경운기를 사준다든지 농약을 뿌리지 않도록 지원 해준다든지 등의 지원을 하고, 반대로 생산단계에서는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만든다. 농약 등을 뿌리지 않고 한마디로 웰빙 제품으로 생산하는 식이다.


    다음 유통단계에서는 브라질에서 커피를 만들었으면 중간유통단계를 투명화하고 값을 낮춘다. 마지막으로 홍보가 필요하다. 공정무역을 추진한다는 증표로 마크를 제품에다 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가 자신들은 공정무역을 통해서 이런 커피를 만들고 있으니, 앞으로 많이 애용해 달라고 매장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는 식이다. 물론 그래도 커피 한 잔에 밥 한끼와 비슷한 값에 마시는 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되었지만 말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애플의 아이폰 등을 실제로 만드는 중국 폭스콘 노동자들의 집단 자살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부당한 대우에 대한 직원들의 조직적인 항의냐, 단순한 모방자살이냐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이 사건은,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대만 폭스콘 공장 직원들의 연쇄 투신자살사건 파문이다.


    올해 들어 13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10명이 숨졌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의 공개사과와 중국정부의 개입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살시도가 속출하고 있고, 투신이 아닌 흉기로 자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으며, 얼마 전에는 무려 15명이 집단 자살을 시도했다가 그 가운데 두 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에 대해 과잉보도를 자제하라는 지시도 이미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태가 확산되자 중국의 일부 언론들은 소속 기자들을 폭스콘에 위장취업 시켜 회사 내부 실태 등을 적나라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이상은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졌으며, 특히 폭스콘이 애플, 델,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세계 주요 IT기업들의 제품들을 생산한다는 것 때문인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IT에 관심이 없는 많은 이들은 애플 같은 거대기업이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담당하는 줄 아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IT기업들이 대부분은 마케팅과 영업 등의 핵심 기능만을 가지고 있으며, 생산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과 대만 기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어느 IT기업을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폭스콘의 집단 자살에 대한 대처 방안 가운데는 2,000여명에 이르는 심리 상담사 고용과 약 20%의 임금 인상 등이 눈에 띈다. 사실 어느 누구도 왜 그들이 아까운 목숨을 버렸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이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앞서 설명한 공정무역 같은 관심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브라질에서 커피를 따는 노동자의 상당수는 사실 학교에 있어야할 나이의 어린이들이다.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서 더 많은 이득을 얻는 고리를 원천적으로 막아보자는 것이 공정무역의 핵심이다.


    폭스콘 노동자들 역시 42만명 가운데 상당수는 18-25세의 젊은층이다. 많은 언론에서 이들의 나이와 중국의 어두운 면만을 부각하는 기사를 올리고 있는데, 한 번 쯤은 이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쓰는 노트북에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로고만큼이나, ‘IT공정무역’에 대한 로고가 하나 더 붙어있다면, 나는 기꺼이 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내가 문명의 삶을 누리는 데, 적어도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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