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기자수첩] 날개 펴는 스마트폰, 발목 잡는 요금제


  • 방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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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3-22 17:38:57

    오늘날 휴대폰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물건이 되어 버렸다. 늘 들고 다니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휴대폰에 전화 통화 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을 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휴대폰은 이러한 요구 사항들을 비교적 충실히 받아들이고 있다.


    한 발 앞선 이들은 이것도 모자란지 조금 더 많은 것들을 원한다. 그래서 태어난 물건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은 일부 마니아들이나 쓰는 제품으로 치부했지만 최근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이러한 인식 전환엔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내세운 아이폰과 옴니아 등의 스마트폰이 한 몫 적잖이 했다.


    실제로 주위를 보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꽤 늘어난 것이 부쩍 눈에 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스마트폰이 국내에 완벽하게 정착될 만한 환경 조성이 이루어지진 않은 것 같다. 특히나 이통사들의 요금제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일단 스마트폰에 맞춘 정액 요금제를 쓰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으로 3G 무선 인터넷을 제대로 즐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나치게 비싼 데이터 요금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데이터 통신 관련 요금제를 쓰지 않고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면 요금 폭탄 맞기 쉽상이다.


    값 싼 데이터 옵션 요금제의 경우 일반 휴대폰에서나 쓸 수 있을 뿐 스마트폰에선 무용지물이다. 스마트폰에서 3G 무선 인터넷을 쓰려면 적어도 100MB 급의 데이터 용량을 제공하는 데이터 옵션 요금제를 이용하거나 정해진 양의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 통신까지 제공하는 통합 요금제를 써야만 한다. 실제 사용량이 많지 않은 이들에겐 그야말로 낭비나 다름없다.


    그나마 SKTKT 모두 지난해 4분기에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를 한 차례 뜯어고친 것이 이 정도다. 만약 해당 정액 요금제들마저 안 나왔다면?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다.


    사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요금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공짜폰 신세가 되어버린 일부 제품을 빼면 아예 제품 구입 당시부터 이러한 요금제 사용이 반강제나 다름 없다. 특히 KT의 경우 아이폰 판매에 24개월 약정에 최소 35천원 이상의 스마트폰 요금제 이용을 기본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공짜폰으로 전락한 스마트폰을 쓰는 이들의 경우 요금제 선택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렇다 해도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요금제 선택에 고심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엔 결국 스마트폰 전용으로 나온 요금제 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아예 3G 데이터 통신을 포기하고 와이파이 신호만 찾아 헤매는 신세를 자처해야 한다.말 그대로 반쪽짜리 스마트폰이 되는 꼴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스마트폰이 무선 인터넷을 만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렇지만 이러한 신세계를 맛보기 위해선 도리 없이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과연 스마트폰 요금제가 진리인 것일까? 아니, 대안이 없다고 하는 편이 적당할 것이다.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부분은 가입한 정액 요금제의 데이터 용량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음성 통화 평균 사용량은 무료 제공량과 거의 맞아떨어졌다.


    통화가 주 목적이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반대로 인터넷 사용이 주 목적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약간의 무선 인터넷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요금을 낭비하고 있는 꼴이 되니 말이다.


    실제로 35천원짜리 최하위 요금제를 제외하고는 데이터 통화량 소진 비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95천원짜리 정액 요금제의 경우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10% 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적지 않은 스마트폰 사용자는 잔여 데이터 용량을 최대한 소진하기 위해 애를 쓴다. 말 그대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부 이용자는 남은 데이터 이용량을 이월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보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어찌 보면 이통사가 데이터 트래픽을 부추기는 꼴이다.


    남는 데이터 이용량이 아깝다면 스마트폰의 무료 데이터 사용량을 노트북 PC 등을 이용해 쓰는 방법도 있다. 이를 테더링이라 부른다. 그렇지만 이 또한 그리 여의치 않은 편이다. 특히 SKT의 경우 스마트폰 요금제를 이용한 테더링 서비스는 별도 과금 대상이라고 아예 못박아 둔 상태다. 아직까지는 테더링을 통한 인터넷 이용에 제약을 걸고 있지 않지만 데이터 통신량이 늘어나면 언제 이통사가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무선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사용자들도 현 요금제에 불만을 표시하긴 매한가지다. 이들은 마음껏 쓸 수 있는 무제한 요금제를 기다린다. 실제로 해외에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서비스하는 이통사들이 여럿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보다 싼 값에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조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스마트폰에 들썩이고 있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죄다 스마트폰 이야기 뿐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22일 “지난해 말 스마트폰의 충격이 의외로 강했다”며 정부와 기업이 반성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진정한 모바일 혁명을 일으킬 것인지 아니면 거품으로 끝날 것인지는 아직도 그림이 채 그려지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정말로 이러한 혁명의 일등 공신이 되려면 그에 맞는 적절한 데이터 통신 요금 체계가 정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무선 데이터 통신 사용량이 많은 이들도, 또 적은 이들도 모두 만족하고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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