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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정품 잉크는 기업용? 일반 소비자는 ‘재생’ 더 찾아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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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12-23 14:13:55

    잉크젯 프린터를 사용하다보면 소모품인 잉크를 계속 교체해줘야 한다. 전문 출력소용 대형프린터들은 별도의 잉크통에 잉크를 보충하면 되지만, 소형 잉크젯 프린터들은 카트리지방식의 잉크를 사용하고 있어 통째로 갈아줘야 한다.

     

    프린터 잉크 카트리지는 해당 제조사 제품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독점공급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국내서 가장 많은 잉크젯 프린터 사용자를 거느린 HP를 시작으로 프린터 제조사들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잉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팔리는 것이 ‘정상’일 잉크 카트리지에 대해 일부러 비용을 들이면서 까지 마케팅 활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 드러나는 판매량은 정품 우세, 하지만 속내는 달라 = 최근 재생 및 리필 잉크, 무한잉크 공급기 제조·공급업체들이 프린터 제조사들의 경계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린터 판매보다 소모품 판매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정품 소모품은 비싸다’라는 약점을 파고들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쓸만한’ 제품들을 공급하다보니 프린터 제조사들의 속이 편할 리가 없다.

     

    결국 독점적일 수밖에 없었던 소모품 시장에 생각지도 않던 ‘경쟁자’가 등장하는 바람에 프린터 제조사들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된 것.

     

    그럼 시장에서 실제 잉크카트리지의 판매 현황은 어떨까? 취재 결과 다소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용산의 한 프린터 소모품 유통업체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는 것은 곤란하지만, 대략적으로 3:1의 비율로 정품 카트리지 판매량이 더 높다”라고 밝혔다. 확인해본 다른 소모품 전문 유통업체들도 비슷한 판매 추이를 보이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보면 프린터 제조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 실상은 일반 소비 시장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용산에서 판매되는 잉크카트리지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 판매보다 기업체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도매 판매량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소모품 유통업체 측은 “업체의 경우 적게는 10여개에서 많게는 수 십 개의 잉크를 구매한다”라며 “정품 사용 이유를 ‘사용 중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출력을 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업무적 손실이 잉크 구매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집이나 학교, 사무실 근처의 소모품 판매점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본인의 비용을 들이는 개인 사용자들은 정품 못지않게 리필된 재생 카트리지를 구입한다는 것.

     

    특히 HP 제품의 경우 재생 잉크 구입 비율이 타사 제품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HP의 잉크젯 프린터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도 있지만, 타사 제품들의 경우 색상별 분리형 카트리지 채택 비율이 높고, 개별 잉크 값이 재생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재생품이 큰 힘을 쓰지 못하는 편이다.

     

    또 타사 제품들의 경우 일반 사용자보다 고품질 사진, 제출용 출력 자료 등 전문용도로 쓰는 비중이 더 높아 훨씬 퀄리티 높은 출력이 가능한 정품의 수요도 꾸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일반 사용자가 많은 HP 제품들은 대다수가 일체형 카트리지를 쓰고 있어 분리형 카트리지에 비해 가격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생 잉크 구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매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잉크를 구입할 때 정품을 우선 권하고는 있지만, PC에 대해 조금 아는 젊은 고객들은 재생품 가격도 꼭 물어보고 그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가격 차이가 수 만원씩 나는 일체형 컬러 카트리지의 경우 대다수가 재생품을 구매한다”라고 귀띔했다.

     

     

    ◇ 일반 소비자에 대한 배려 없이 정품 사용만 강요 = 사용량이 많고, 단일 카트리지로만 공급되는 흑백 잉크는 어떨까? 흑백 잉크는 정품과 재생품의 가격 차이가 컬러일 때 보다는 덜하지만, 적게는 수 천원에서 많게는 1만원 이상 가격 차이를 보여 역시 재생품을 찾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흑백 출력 사용자들을 위해 염가형 제품이나 대량 출력을 위한 대용량 제품도 있지만, 전 모델이 아닌 일부 모델에만 쓸 수만 있는데다 해당 제품 사용자들에게도 잘 알려지지도 않아 정말 꼼꼼한 이들이 아니라면 찾는 사람도 없다고.

     

    전문 잉크 리필 체인점의 한 점주는 “어짜피 흑백의 경우 고품질 인쇄 비중이 낮아 사람들이 ‘이왕이면 싼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사용자가 많아서 그런지 리필하려 들고 오는 카트리지는 대부분이 HP 것인데, 가져오는 카트리지를 보면 그것도 정품보다 재생품이 더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정품 카트리지를 구입하는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프린터 제조사들은 다양한 마케팅과 더불어 마일리지제도 같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소모품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아우성치는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혜택은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 외에 실질적으로 거의 없는 상태.

     

    시장 규모부터 기업 시장과 개인 소비자 시장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진정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적 메리트나 혜택이 없이 품질과 브랜드만 믿고 정품을 강요한다면 일반 소비자들의 정품 기피 및 재생·리필·무한잉크 선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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