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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파리 소굴이 된 '금강펜테리움 오션베이'...금강주택 “입주 후 외부에서 유입된 것”


  • 권이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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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3-05-26 14:09:21

    ▲ 내시경 카메라로 촬영한 가구 내부의 혹파리 ©제보자 A씨


    [베타뉴스=권이민수 기자] 금강주택이 공급한 '시흥 금강펜테리움 오션베이'에서 혹파리 떼가 출몰해 입주민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금강주택 측은 "입주 이후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화MTV에 위치한 시흥 금강펜테리움 오션베이는 지하 1층~지상 최고 30층, 6개 동, 총 930가구, 전 타입 59~84㎡ 중소형 위주 평형으로 구성됐다. 특히 단지가 시화호와 서해바다를 바로 조망할 수 있도록 지어져 평균 8.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감하기도 했다.

    입주민 A씨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시흥 금강펜테리움 오션베이에 들어왔다. 오션뷰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올해 3월 입주한 A씨는 "입주 첫날부터 어떤 벌레가 날아다니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런데 흔한 하루살이정도로 생각한 그 벌레는 날이 지나감에 따라 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A씨는 "비가 오고 습도가 높아지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벌레로 인해 고통받는 입주민은 A씨뿐만이 아니었다. 수십 세대가 벌레 떼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다. 입주민 B씨는 "벌레를 잡겠다고 온갖 퇴치기와 약품을 다 쓰는 중이지만 매일 벌레가 출몰하고 있어 스트레스"라고 했다. 또 다른 입주민 C씨는 "쉴 새 없이 벌레를 잡고 있지만, 아침이 되면 죽어 있거나 기어다니는 벌레가 또 보여 난감하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을 괴롭힌 벌레는 '혹파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혹파리는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고 약 40일 정도 생존하는 파리목 혹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주로 목재 내부의 곰팡이를 먹으며 서서히 자라다 성충이 되면 틈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부화시기인 5~8월 엄청난 숫자의 유충들이 번데기에서 탈피해 성충의 혹파리 떼가 나타나게 된다. 주로 고온다습한 해안가를 중심으로 피해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다행히 혹파리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해충은 아니다. 하지만 크기가 작아 음식물이나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한 번에 알을 많이 낳고 잠복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으며, 집안 곳곳 수북이 사체가 쌓여 문제를 일으킨다.

    ▲ 트랩에 잡힌 수백 마리의 혹파리 떼 ©제보자 A씨

    입주민 A씨는 "금강주택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결국 개인적으로 방역 업체를 불러 방역을 진행했다"며 "이제 살아있는 혹파리는 나오지 않지만, 대신 죽은 사체가 계속해서 나와 여전히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어 "방역 비용이라도 금강주택 측에 받을 수 있나 문의했지만 해주지 않았다"며 "가구를 새로 해달라는 것도 아닌데 정말 너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베타뉴스는 금강주택 측에 입장을 물었다. 금강주택 측은 "시공 중에는 나오지 않았고 입주한 이후부터 혹파리가 출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입주 이후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 확인한 결과 혹파리가 단지 전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한두 세대에서 띄엄띄엄 발견된다"며 "이를 볼 때 사람이 입주한 이후에 혹파리가 몇 세대에 유입돼 목재 내부에서 알을 까 번식했다"는 것이다.

    이어 금강주택 측은 "현재 보고가 들어가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라는 말도 남겼다.

    그러나 금강주택 측의 주장과 달리 시흥 금강펜테리움 오션베이 현장을 방문한 전문 방역업체 측은 "혹파리가 외부에서 유입돼 혹파리 떼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방역업체 측은 "가구사에서 건설사로 가구를 납품했을 때는 멀쩡했겠지만, 건설사에서 가구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곰팡이가 생겼고, 그로 인해 혹파리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입주민 A씨는 "금강주택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 문제를 어서 빨리 해결해 주면 좋겠다"며 "벌레 소굴에서 이만 탈출하고 싶다"고 했다.


    베타뉴스 권이민수 기자 (minsoo@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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