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김천·경주시의회, 의원 휴대폰 번호 비공개... 소통·민원 외면?


  • 서성훈 기자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23-04-13 10:14:17

    [베타뉴스=서성훈 기자] 휴대폰 번호를 대부분 공개하고 있는 기초·광역의회와 달리 김천·경주시의회가 홈페이지에 의원들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소통과 민원해결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는 “대의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행위”라며 “당연히 공개해 시민들의 민원을 들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본보 기자가 취재한 결과, 세종·대구·영천·경산·포항·상주시의회, 전북도의회 등 대부분이 홈페이지에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있으나 김천·경주시의회 등 일부 의회에서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있는 경산시의회 강수명 의원은 “시민들과 열린 의회를 만들고자 항상 소통하기 위해 전화를 열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열린 마음으로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민원에 대응하고 있는 의원이 대다수다.

    반면 경주시의회는 지난 8대(2018~2022년) 후반기 부터 휴대폰 번호를 비공개 해오고 있다. 당시 의원들은 회의를 열어 휴대폰 번호 비공개를 다수결로 결정했다. 회의 당시 의원들은 휴대폰 번호 공개, 비공개 여부가 반반으로 나눠졌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경주시의원은 “알려고 하면 얼마든지 알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홈페이지에서의 전화번호 공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경주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홈페이지에서의 휴대폰 번호 비공개와 관련 “민원인이 연락 오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에 의원이 원할 경우 번호를 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 잘 실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경주시의회 사무국에 이철우 의장의 휴대폰 번호를 요구했으나 비서의 연락처만 주는 등 직접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주시의회는 휴대폰 번호 비공개와 관련 민원이 있었다며 전체의원 간담회를 통해 공개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김천시의회는 휴대폰 번호 뿐만 아니라 의원실 전화번호까지 없었다. 다만 이메일 주소는 적시해 놨다. 이에 대해 “민원을 이메일로만 받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천시의회는 “이유는 딱히 없다”며 “비공개에 따른 민원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김천·경주시의회 등 일부 의회에서 휴대폰 번호를 비공개하는 것과 관련 일반시민, 시민단체, 정치권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경주시민 A씨는 “공무원의 휴대폰 번호는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가 필요하지만 의원들은 공개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경주시민총회 심정보 의정감시위원장은 “시의원은 주민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서 시 정책에 반영하는 일을 한다”며 “주민의 뜻을 알기 위해 평소 주민과의 대화를 꾸준히 해 시민들이 불편한 점이 뭔지 민원을 챙기고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받아 시정에 반영하도록 심사하고 처리하는 선출직”이라고 정의 내렸다.

    심 위원장은 “주민의 대의기관인 시의원이 전화번호 노출을 꺼린다는 것은 주민의 뜻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영태 경주지역위원장은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시민들 대신 일을 하는 사람들이 휴대폰 번호 알리는 것을 꺼려 한다면 시민들을 대변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이어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민원을 어디다가 얘기해야 하느냐 당연히 공개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휴대폰 번호를 비공개하는 행위는 민원인을 가려서 받는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했다.


    베타뉴스 서성훈 기자 (abc@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1406165?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