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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영웅들①] 동원시장 '맛나네김치' 박정순씨 “시장통 '리어카 김치', 이젠 중랑구 상징”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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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2-06-26 00:17:02

    ▲ 맛나네김치를 언니 故 박정임씨와 함께 초창기부터 운영한 박정순씨가 베타뉴스와의 인터뷰 후 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타뉴스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이 집에서 김치 사간 지가 십년이 넘어요. 김치가 가짓수도 다양하고 종류별로 다 맛있어서 골고루 사다 먹고 있어요”

    서울 중랑구 면목동 동원종합전통시장 입구에 위치한 ‘맛나네김치.’ 이 가게에 김치 맛에 반해 수년째 단골로 ‘맛나네김치’를 찾는다는 오옥자(78)씨의 말이다.

    지난 22일 오전 기자가 찾은 동원시장 ‘맛나네김치’는 아침부터 김치를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동원시장은 중랑구에서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으로 멀리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러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맛나네김치’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윤희 대표를 비롯, 남편 최종삼씨 등 가족들이 함께 준비한 김치 상태를 일일이 살피고 손님을 상대하며 일하는 이 신명나는 가게의 역사는 30여년에 이른다.

    30년전 이 시장의 구석진 골목에서 행상으로 시작한 맛나네김치는 이제 동원시장을 대표하는 상점 중 하나로 성장했다. 현재 지역 식품 배달 앱 등으로 중랑구 맛집을 넘어 이커머스 시장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을만큼 소비자의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

    이에 <베타뉴스>는 동원시장 ‘맛나네김치’의 역사를 친언니와 함께 이어온 '맛나네' 식구들의 이모 박정순 여사를 만나봤다.

    ▲ 맛나네김치에서 김치를 사려는 손님들이 김치를 살펴보고 있다. ©베타뉴스

    ▲ 맛깔나는 김치가 맛나네김치에 진열된 모습 ©베타뉴스

    70대에 이른 박정순 여사는 ‘맛나네김치’의 산 증인이자 설립자 고 박정임씨 여동생으로, '맛나네김치' 초창기부터 합류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겸손하게 2년전 타계한 친언니이자 '맛나네김치' 설립자인 박정임 여사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언니에 대한 얘기를 풀어냈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두 자매는 언니 박정임씨가 결혼을 하면서 서울로 올라오자 정순씨도 처녀 시절부터 언니를 따라 서울 면목동에 자리 잡으며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박정임씨는 이미 남편과 아이들이 있었고 이내 정순씨도 가정을 일구었지만 무일푼으로 상경한 정임씨 가족의 서울 생활이 녹록할 리는 없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생각해 낸 것이 자매의 손맛으로 김치를 만들어 팔아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언니 박정임씨는 진취적이고 강인한 여성이었다. 중랑구 면목동 동원시장이 제대로 자리잡기 전부터 박정임씨는 새벽에 집에서 김치를 무쳐 리어카에 싣고 장사에 나섰다. 젊은 여성의 몸으로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김치를 파는 일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정임씨의 남편이자 정순씨의 형부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새벽부터 장을 보고 젓갈을 선별해서 마련하는 것은 형부의 몫이었다.

    ▲ 김치 다듬는 맛나네 식구들 ©베타뉴스

    ▲ 맛나네김치 공장에서 김치가 절여지고 있는 모습 ©베타뉴스

    ▲ 마형근씨가 선대 설립자인 박정임씨가 끌던 리어카를 움직이고 있다. ©베타뉴스

    동원시장 삼거리 등 면목동 일대에서 리어카를 끌고 김치를 파는 박정임씨네 김치는 이내 손맛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시절 박정임씨는 ‘맛나네김치’라는 상호도 만들어 김치 전문 가게로 체계를 잡기 시작했다.

    ‘리어카 김치’라는 별명을 얻은 맛나네김치는 지난 2013년 동원시장 입구에서 좌판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다섯 가지 종류의 다양한 김치를 팔기 시작했다. 배추김치는 물론, 갓김치, 열무김치, 쪽파김치,알타리김치까지, 바지런한 정임씨와 가족들은 합심해서 김치를 만들어냈고 좌판 김치는 날개 돋힌 듯 팔리며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이어 본격적으로 김치공장을 만들고 가족이 중곡동, 화곡동 등 세 군데의 매장에서 김치를 팔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김치공장을 설립한 것은 약 5년전 쯤이라고 박정순씨는 전했다.

    2년 전부터는 ‘맛나네김치’는 좌판이 있던 자리에 매장을 만들어 더 청결하고 신선한 김치를 손님들께 선뵈고 있다.

    박정순씨가 귀띔하는 ‘맛나네김치’ 김치 맛의 비법은 절이는 맛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젓갈에 있다. 큰 가마솥에서 젓갈을 밤새 끓여서 바구니에 걸러 젓갈의 맛을 한층 깊고 구수하게 만드는 것. 이렇게 정성들인 젓갈로 김치를 만드니 다른 집 김치와는 차별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가마솥은 박정임씨의 역사가 서린 리어카와 함께 ‘맛나네김치’의 상징과도 같다.

    처음 김치를 만들어 내어 팔던 리어카는 아직도 가게 식구들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맛나네김치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명소인 동원시장 입구 모습. 맛나네김치는 시장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베타뉴스

    동원시장 맛나네김치의 매장은 활기차고 생기에 가득한 사람 냄새 나는 그런 곳이다. ‘맛나네김치’는 공장에서 만든 신선한 김치를 배달앱을 통해 중랑구 일대에 판매하고 있지만 맛나네의 꿈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 가게의 식구 마형근씨. 그는 ‘맛나네김치’의 경쟁력을 확신한다며 더욱 지역 범위를 넓혀 맛나네김치를 알리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마형근씨는 매장 옆에 아직도 박정임 여사의 역사가 서린 리어카를 보여주며 맛나네김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정임씨의 아들인 최종삼씨는 “어머니의 손맛을 대를 이어 지켜나가는 것은 정말 보람찬 일”이라며 “새벽시장에 나가 좋은 재료와 젓갈을 준비하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더욱 열심히 이 일에 매진해 전국 최고의 김치 맛집이 되겠다는 각오를 해 본다”고 말했다.

    시간이 점점 정오를 향해 가자 활기찬 동원시장의 신명나는 ‘맛나네김치’의 김치 향 속에 생기가 배어있는 듯 맛나네 가게는 더욱 붐비기 시작했다.

    손님들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 이윤희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더욱 맛난 ‘맛나네김치’와 생동감 속에 일하는 식구들의 에너지와 활력을 담뿍 느끼며 기자는 동원시장을 나섰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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