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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SK이노,배터리 분쟁 극적 타결…현금· 로열티 2조원에 합의


  • 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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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1-04-11 17:30:22

    거부권 시한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

    ▲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위)와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있는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따라 지난 2019년 4월부터 벌여온 2년여의 분쟁에 종지부를 찍게됐다.

    양 사 합의금은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으로 영업비밀 침해 분쟁 합의금 가운데 최고액이다.

    막판까지도 서로 날 선 비판 속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또는 거부권 방어에 주력했던 양 사는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의 수입금지 조처가 무효화 되면서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양사의 전격 합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압력과 우리 정부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등 공급망 체계 강화에 나선 가운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하면 미국내 안정적 배터리 공급에 위협이 되고, 조지아 주민들의 일자리도 타격을 받아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평소 중국 등을 겨냥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상충하고, 폭스바겐과 포드의 배터리 납품에는 유예기간까지 준 상황에서 명분도 약했다.

    결국 거부권을 쓰기도, 안쓰기도 어려운 난처한 상황에 놓이면서 LG와 SK 양측에 거부권 시한 전에 합의할 것을 계속해서 종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미 대통령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면에서 "바이든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총리실 등 우리 정부도 비공식 채널 등을 통해 중재에 나섰다. 국익을 위해 빠른 합의를 이끌어달라는 입장을 양 사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세균 총리는 연초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양사의 ITC 소송에 대해 "미국 정치권도 나서 제발 빨리 해결하라고 한다. 정말 부끄럽다"며 양측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미국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양사 모두 분쟁 장기화함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전격 합의를 결정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고,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야 하는데 성공적인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절실하다. 현대차 코나 전기차 리콜 비용 등 잇단 배터리 화재 악재고 부담으로 작용했다.

    SK는 그간 조단위 합의금은 줄 수 없다고 버텼지만 거부권이 안나올 경우 사업 리스크는 더 커진다.

    당장 10년 수입금지 조처가 발효되면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사업이 어려워지고, LG에 대한 배상금은 물론 폭스바겐과 포드 등 고객사에 배터리 공급 차질에 따른 손해배상금에다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LG측의 소송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SK의 미국 사업 철수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녔다. 조지아주 제2공장 건설 중단 등에 따른 매몰비용(sunk cost)과 1공장 설비 이전 등 사업 철수 비용으로 1조원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거대한 미국 시장을 포기하는 데 따른 손실과 신인도 하락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우리 정부의 합의 요구와 거부권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SK가 받을 손실 등을 모두 고려해 내려진 결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공식 협상에서 LG가 3조원, SK가 1조원을 주장한 가운데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중간지점인 2조원에서 합의금액이 결정됐다. 양 사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양측 합의금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이날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은 2조원의 배상금 부담을 안았지만 미국 사업은 계속해서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 공장 건설과 폭스바겐과 포드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도 차질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SK는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 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1조5천억원을 투자했으며 내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공장은 내년 준공해 2023년부터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

    LG도 미국을 비롯한 신규 배터리 설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양 사의 이번 합의로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배상금 소송도 자동 취하된다.

    이와 함께 ITC에 걸려 있는 2건의 특허 분쟁 소송을 비롯한 국내외 파생 소송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 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양사는 합의했다.


    베타뉴스 박은선 기자 (silve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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