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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님 展 ‘기억^흔적’을 만나다


  • 조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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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7-13 14:56:27

     

    ▲이귀님 展 기억^흔적

    닥나무 종이에 에스프레소를 담아 독특한 질감 드러내...다음달 13일까지 전남 영암군 희 문화창작공간 전시실   

    [전남베타뉴스=조희우 기자] 코로나19로 홀로나기가 일상화된 지금. 닥나무 섬유를 가공한 닥죽을 직접 고해 종이를 떠 에스프레소를 담아 독특한 질감에 입체로 다가오는 ‘기억^흔적’ 전이 열리는 희 문화창작공간 전시실을 찾아 이귀님 작가를 만나본다.

    영암군에서 태어난 이귀님 작가는 어업에 종사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목포의 바다와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하며 살아왔다. 이는 작가의 가치관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바다와 갯벌 안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작품에 담아내 왔다.

    영암 희 문화 창작공간에서는 2020년 창작 공간 활성화 일환으로, ‘회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회귀’ 프로젝트는 영암을 떠나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고향에서 머물며 작품을 구상하고 발표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귀님 작가는 희 문화 창작공간에 머물면서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고, 월출산 자락을 품고 있는 영암군의 자연에 영감을 받으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탄탄하게 하게 되었다.

    ▲이귀님 展 기억^흔적

    이귀님 작가의 작품을 본 대부분의 사람은 독특한 종이의 질감에 호기심을 갖곤 한다. 작가는 한지의 주재료인 닥나무 섬유를 가공한 닥죽을 직접 고해(원료를 두들겨서 섬유를 부드럽게 풀리도록 가공하는 과정)하여 종이를 떠낸다.

    이 과정은 꽤나 고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종이를 직접 제작함으로서 다양한 형태와 질감을 나타내어 기존의 규격화된 회화에서 탈피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는 평면의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질감으로 입체성을 띄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마련한다.

    작가는 커피를 짧은 시간동안 고압에서 추출한 원액을 사용하여 작품을 표현한다. 커피와 닥종이가 만났을 때 나타나는 안정적인 색감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정서를 극대화시켜준다. 커피가 닥나무와 만나 자아내는 따뜻한 색감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다 풍부하게 나타내 준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이귀님 작가의 작품은 닥종이의 특성상, 물감과 커피는 칠하는 대로 깊게 흡수되어 하나를 선보이려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화면에 겹겹이 쌓인 재료들은 깊고 우아한 색감을 자아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이의 질감과 재료들의 어울림이 더욱 풍부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귀님 展 기억^흔적

    이귀님 작가의 작품들은 대상의 특정 부분을 제한적으로 클로즈업하여 세밀하게 나타내는 특성을 지닌다. 일반적으로 전체적인 화면에서 대상들의 배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작가는 특정 대상의 순간을 포착하여 자신의 감성으로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으로 표현해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난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최근 작가가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시간의 흐름 1,2’의 경우 자신이 사용하던 재료를 그대로 활용함과 동시에, 보다 추상적인 기법으로 작가 본인의 개성을 표현했기에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13일 이귀님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지쳐있는 시기에, 작품을 감상하며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조희우 기자 (heewu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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