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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123층 타워까지…1세대 신화 롯데 신격호 별세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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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1-20 11:37:28

    ▲ 19일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 연합뉴스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롯데그룹의 설립자 겸 초대 회장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향년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 자료에서 "노환으로 입원 중이던 신 명예회장은 지난 18일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으며 19일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123층의 타워 주인까지

    `1세대 재벌 총수`로 분류되는 그는 1921년생으로 경상남도 울산에서 빈농인 신진수 5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35년 언양 공립보통학교(現 언양초등학교)를 마치고 농사일을 거들던 그는 1938년 경남도립종축장의 기수 보로 취업해 양털 깎기와 양돈 일을 하다가 1941년 일본으로 밀항, 도쿄에 자취하면서 우유 배달로 일본 생활을 시작한다.

    와세다 실업학교에서 고등부의 야간부 화공과에 적을 두고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던 도중 1944년 하나미츠라는 사람이 신 명예회장의 성실함을 보고 5만엔을 빌려주면서 공장 밑천을 마련해줬고, 그는 커팅오일과 밥솥을 만드는 공장을 차려 운영했지만 폭격을 당해 망했다.

    이후 세탁비누, 세숫비누 등의 유지류를 만드는 공장을 차렸고, 다행히 이 사업이 성공해 밑천을 마련, 히카리 특수화학연구소를 차리고 껌을 개발해 판매했는데 인기가 좋아 1960년대까지 일본의 껌 시장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1967년 4월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롯데제과`를 세운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의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제과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가기 시작했다. 이후 1970년 서울시의 부정식품 단속에서 롯데제과 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되는 사건이 벌어지며 위기를 맞았지만, 신 명예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에 고급 호텔을 지어달라`라는 제안을 수락해 세제혜택 등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1979년에 준공하면서 소위 `롯데 재벌`로의 재도약을 일궈냈다.

    신 명예회장은 `서울의 랜드마크`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1988년부터 `제2 롯데월드 사업`을 시작으로 초고층 프로젝트를 수차례 시도했다. 그리고 수차례 백지화 끝에 지난 2011년 123층의 롯데월드 타워 최종 승인을 획득했고 2017년 롯데월드 타워를 완공시켰다.

    롯데 판 왕자의 난부터 구속위기까지…험난했던 반평생

    롯데그룹의 성공과는 별개로 신 명예회장 개인사(史)는 순탄치 않았다. 2015년 7월 28일 신 명예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직에서 해임되고 총괄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변경됐다. 하루 전인 27일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몰래 롯데가 인사들과 함께 일본에서 자신을 제외한 차남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여섯 명의 이사들을 해임하려고 했다가 이사회에서 제동을 건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시에 신 전 부회장이 당시 고령이었던 신 명예회장을 등에 업고 차남인 신동빈 회장 체제를 무너뜨리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이틀 후인 7월 30일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에 대해 `신 명예회장의 복위`를 주요 골자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신동빈 회장을 그만두게 했다`는 내용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고, 신 명예회장의 장녀도 가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 그룹 집안의 갈등은 심해졌다. 한 언론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추궁하던 중 격노해 뺨을 때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그해 8월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의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고, 이후 2016년 3월과 6월 두 차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의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체제는 확고해졌고, 2017년 6월 24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직 재선임안이 통과되지 않게 되면서 결국 회사의 경영일선에서 신 전 부회장은 모두 물러났다.

    결국, 수차례에 걸친 신동주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싸움에서 신동빈 회장이 완승하면서 신 명예회장은 자신이 세운 기업 경영 일선에서 불명예 퇴진을 맞이해야 했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2017년 횡령 등 경영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확정선고까지 받으면서 구속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실형이 확정됐던 신 명예회장은 90대에 수감되는 첫 재벌 경영인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길 위기에 처했으나, 변호인 측이 신 명예회장이 고령인 점과 중증 치매인 건강 상태를 고려해달라며 형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유동식 섭취와 영양 수액으로 최소한의 영양분을 공급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고, 수감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의료계와 법조계 인사들이 참여한 심의위원회를 열고 "형 집행 시 급격한 질병 악화 및 사망 위험까지 있다"며 "6개월마다 검찰의 연장심사를 받기로 한다"며 형집행정지를 허가하면서 구속은 면하게 됐다. 이후 첫 번째 영장 연장심사가 열리기 전 신 명예회장은 숨을 거뒀다. 

    신 명예회장의 장례식은 롯데 그룹장으로 치러지며 오는 22일 오전 발인 예정이다. 영결식은 같은 날 신 명예회장이 애착을 보였던 롯데월드몰에서 진행된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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